'손석구 맥주' 잘 팔린다더니…하이트진로, 주가 왜 이러나

하이트진로 11% 하락…코스피 수익률(18%) 밑돌아
주류 경쟁 심화…마케팅비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증권가 "매출·점유율 확대 가시화 시 주가에 선반영 전망"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주가가 올해 들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신제품 켈리가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주류 시장 경쟁 심화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번지면서다. 증권가에서는 투입 비용이 얼마나 매출이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에 따라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전날까지 하이트진로는 11.15%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8.1%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한참 뒤떨어진 수준이다. 그나마 이달 들어선 낙폭이 줄었다. 해당 기간 개인 홀로 1051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16억원, 35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경쟁업체 중 하나인 롯데칠성의 주가 상황도 비슷하다. 작년 9월 야심작 '새로' 출시에도 올해 들어 롯데칠성은 20.74% 하락했다.이러한 주가 하락은 마케팅비용 증가에 따른 실적 악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최근 주류 시장 내 신제품 출시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판매관리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4일 신제품 켈리 출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배우 손석구를 모델로 내세우는 한편, 서울 대구 부산 3곳에 체험형 팝업스토어를 열어 고객 접점 늘리기에 나섰다. '제로슈거(무가당)' 열풍을 주도하는 새로 돌풍에 대응한 방어 차원의 소주 부문 마케팅비 투입도 불가피하다. 성수기인 여름으로 접어들면 비용 투입은 더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이 제품들의 간접광고(PPL)를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증권사 11곳이 내놓은 하이트진로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시장추정치)는 매출 6753억원, 영업이익 46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5% 늘겠지만, 영업이익은 25.32% 감소한 수치다. 올 1분기에도 회사는 마케팅 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한 2296억원을 썼다. 이 기간 매출은 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3.4%로 크게 후퇴한 이유다. 당분간은 비용 우려가 지속되면서 주가가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4일 켈리 출시 이후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소주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1위 사업자로서 점유율 방어 차원의 비용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주정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아직 주가 반등을 단념하긴 이르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투입 대비 시장 점유율, 매출 등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면 주가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주가 트리거가 되는 건 마케팅을 똑같이 했다고 했을 때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지 여부"라며 "주가는 이익이 잘 나와야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장의 이익은 조금 포기하더라도 매출이 공격적으로 늘어나는 등 돈을 쓴 것에 대한 성과가 있을 때 주가가 선반영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켈리는 지난 5월 10일 기준 누적 약 104만 상자 팔리면서 출시 이후 36일 만에 판매량이 100만상자를 넘어섰다. 국내 맥주 브랜드 중 가장 짧은 기간 내 100만상자 돌파다. 회사 관계자는 "테라와의 연합 작전으로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4월 편의점, 대형마트 등 가정 채널 판매량 기준 제조사별 순위에서 오비맥주는 53.9%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했다. 3월 54.2%와 비교해 0.3%포인트 낮아졌다. 가정 시장은 편의점과 마트 등을 의미하고, 식당과 술집 등은 유흥 시장으로 분류된다. 하이트진로의 4월 시장점유율은 24.3%로 3월(23.9%) 대비 0.4%포인트 늘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