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기술발전·환경변화 불구 대면활동 여전히 계속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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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11
(104)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여러모로 앨빈 토플러의 미래 예측은 탁월했다. 1970년 출간한 <미래 쇼크>는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책에서 토플러는 미래 충격을 ‘덜 성숙한 미래가 다가오면서 생기는 어지러운 방향감각’이라고 정의하면서 미래의 가장 중요한 질병이 될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동시에 그는 미래 충격의 유일한 치료법은 미래에 나타날 것들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라고 의견을 밝히며 미래학자로서의 자신을 정당화했다.
비대면 기술은 대면 활동 대체재 아닌 보완재. 기술 및 환경변화에도 대면 활동의 가치는 줄어들지 않을 것.
정보화 시대와 도시
하지만 모든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중 하나는 정보화 시대의 도래로 인해 도시화 추세가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제3의 물결>(1980)에서 상품의 손쉬운 선적이 도시의 제조업을 교외로 밀어냈듯이, 지식 전달이 한층 쉬워지면 정보 집약적 도시의 여러 산업도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 과정에서 컴퓨터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탁월한 예측도 곁들였다.토플러는 정보화가 인구를 분산시킴으로써 사람들의 공간 경험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예측으로 규모가 작은 도시 및 시골 생활의 새로운 매력을 강조했다. 현실은 달랐다. 1970년대에도 미국의 도시 인구는 시골보다 증가 속도가 빨랐다. 게다가 <제3의 물결> 출간 이후 20년간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을 포함한 많은 도시는 경제 부흥에 힘입어 도시화율이 74%에서 79%로 올랐다. 영국처럼 인구 증가율이 둔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팬데믹과 도시
토플러의 예측이 다시 거론된 계기는 팬데믹이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했고, 많은 일이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이뤄졌다.코로나 이전 재택근무 비율은 알려진 바 없다. 그나마 존재하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5분의 1이 자택에서 일정 부분 업무를 수행한다고 밝혔다. 2020년이 되자 토플러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5월에는 노동인구의 35%가량인 4900만 명이 재택근무를 했고, 약 5000만 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1억 명 가까운 미국인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11월이 되자 재택근무 비율은 22%로 줄었고, 실업자도 1500만 명으로 감소했다.비대면 근무의 활성화로 도시화가 감소한다는 예측을 반박하는 질적 근거도 있다.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의 니컬러스 블룸과 존 로버츠는 재택근무 실험 자료를 분석했다. 재택근무에 관심이 있는 직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집에서, 다른 집단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한 결과 재택근무 직원의 생산성이 13% 높게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성립되는 것은 세부 데이터에 있다. 애초부터 재택근무를 한 사람은 코로나19 이전의 사무실 근로자보다 수신 콜 횟수가 9~11% 적고, 통화마다 45~61초나 시간을 더 길게 끌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2020년 이후 재택근무를 전제로 채용된 사람들은 사무실 근무를 하다가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보다 생산성이 12%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