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魔球)'의 대명사와도 같은 너클볼을 던지는 투수들은 인종과 국적, 소속팀을 가리지 않고 가르침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통산 318승을 거둔 명예의 전당 투수 필 니크로는 부상으로 좌절한 수많은 메이저리그 투수뿐만 아니라, 미국을 찾아온 허민 전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게까지 너클볼을 전수해줬다.
'무회전'으로 던져 나비처럼 춤추는 공인 너클볼은 워낙 배우기 어려운 공이라 최근에는 MLB에서도 제대로 던지는 선수가 없어 맥이 끊긴 상황이다.
대신 최근에는 '마구'의 위상을 스위퍼가 물려받았다. 수평 움직임이 돋보이는 변형 슬라이더인 스위퍼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에서 오타니 쇼헤이(일본)가 마이크 트라우트(미국)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너클볼 투수가 자신만의 요령을 공유했던 것처럼, 스위퍼 역시 KBO리그 투수들 사이에서는 팀을 가리지 않고 전파되고 있다.
에릭 페디(NC 다이노스)가 스위퍼를 앞세워 맹활약 중이고, 불펜 투수 김성진(키움)도 최근 스위퍼를 장착해 실전에서 활용 중이다. 외국인 투수들은 가르침을 요청하는 한국 투수들에게 서슴없이 비법을 알려준다.
LG 트윈스에서 뛰는 오른손 투수 애덤 플럿코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 스위퍼에 관해서 물어봐서 알려준 바 있다"고 말했다.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97로 리그를 주름잡는 플럿코는 지난해 6월부터 스위퍼를 조금씩 구사하기 시작했고, 지난 겨울 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올해 본격적으로 활용 중이다. 지난해 15승 8패 224탈삼진 평균자책점 2.11로 리그를 지배했던 안우진은 스위퍼에 관심을 보이는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먼저 팀 동료인 에릭 요키시에게 스위퍼를 배웠고,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 다른 팀 선수인 플럿코까지 찾아갔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안우진은 "한창 스위퍼에 관심이 많았는데, 전력 분석팀에서 에릭 페디(NC 다이노스)뿐만 아니라 플럿코 스위퍼가 움직임이 좋다고 하더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주던 선수라 한 번 물어봤다"고 밝혔다.
요키시에게 스위퍼를 배운 뒤 다시 플럿코를 찾아간 이유를 묻자 "요키시는 자기랑 안 맞아서 안 던지는데, 플럿코는 지금도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