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에 웬 딸기?"…백화점서 제철 지난 과일 내놓은 이유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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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인 딸기, 6월에 판매
'크런치베리' 고온에 견디도록 개량
설향 딸기 보다 50% 비싸
"이제 딸기는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과일입니다. 겨울에만 나오는 과일이 아닙니다."9일 충남 홍성군 갈산면 1320㎡(4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수확하던 최이영 농업회사법인 헤테로 대표는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최 대표는 2012년부터 딸기 신품종 개발에 착수해 올해 6월 '크런치베리'를 현대백화점에 납품하기 시작했다.1~2월이 제철로 알려진 딸기를 헤테로가 초여름에 수확할 수 있게 된 건 더위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품종을 개량했기 때문이다. 크런치베리는 민간이 개발한 딸기 신품종 가운데 시중 유통에 성공한 첫 사례다.
시장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신품종인 설향, 금실, 죽향은 모두 충남농업기술원, 경남농업기술원,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등 지자체가 연구·개발한 품종이다.
이날 수확한 크런치베리는 2화방 열매로, 모두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만 판매된다. 통상 한 육묘에서 3화방까지 수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백화점에 딸기를 납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처음 수확한 1화방 열매는 지난달 29일 판매시작 당일 모두 '완판'됐다.현재 딸기를 만나볼 수 있는 백화점은 전국을 통틀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유일하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4월 중순까지만 딸기를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딸기는 고온에 약해 5월이 되면 과육이 무르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싸도 먹는다"…신품종 매출 증가 추세
크런치베리는 신품종이다 보니 물량이 많지는 않다. 판교점에서 판매하는 물량도 하루 25㎏이 전부다. 이 시기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일한 딸기다 보니 가격도 비싸다. 판매가격은 250g당 7500원으로, 일반 설향 딸기 대비 50%가량 비싸다.비싼 가격에도 현대백화점이 헤테로에 적극 '러브콜'을 보낸 건 신품종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1~5월 현대백화점 첫 사례다 신품종 청과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16% 증가했다. 2021년과 2022년 신품종 매출 역시 전년 대비 11%, 15% 불어났다.현대백화점이 신품종을 경쟁력으로 내세운 건 쿠팡, 이마트 등이 빠른 배송을 앞세워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에서 청과물을 사는 소비자는 쿠팡, 이마트에서 과일을 사는 소비자에 비해 '프리미엄 상품'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점에 착안했다.
크런치베리 단독 판매처로 판교점을 낙점한 것도 신품종 과일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은 점포라는 점을 고려했다. 서원 현대백화점 신선식품팀 청과물 바이어는 "판교 상권에는 소득이 높은 30~40대 소비자가 많다"며 "신품종 과일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다 트렌드에 민감해 신품종에 대한 반응을 모니터링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신품종 강화"…바이어 근무 체계도 개편
현대백화점은 올해 '브릭스업(Brix-Up) 프로젝트'를 통해 신품종 과일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당도가 높으면서도 다른 곳에서 판매하지 않는 차별화된 상품을 발굴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크런치베리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했다.프로젝트 가동과 함께 청과물 담당 바이어들의 근무체계도 바꿨다. 이전에는 바이어들이 경매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으로 출근한 뒤 본사로 복귀했다면, 프로젝트 이후에는 청과 바이어 3명이 매일 번갈아가며 산지로 출근한다. 청과 바이어 3명이 올해 국내외 산지를 방문하기 위해 이동한 거리를 합치면 6만㎞에 달한다. 지구 한 바퀴 반을 돈 셈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경매시장에서 얻는 정보만으로 산지의 변화를 따라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산지 방문 빈도를 늘리기로 했다"며 "향후 다양한 신품종 프리미엄 상품을 확대해 여러 점포에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