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트럼프에 기밀 유출 37개 혐의 적용…"국가 안보 위협"(종합)

美핵프로그램 등 美와 동맹 국방·무기 역량 관련 기밀 수백건 자택에 보관
사법 방해 혐의도 적용…"트럼프, 변호인에 기밀 문건 은닉·파괴 제안"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수사해온 미국 연방 검찰이 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하고 기소장을 공개했다. 미국 언론에 공개된 49장짜리 기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이며 나머지 6건은 수사 대상 문건 은닉과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관련이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백건의 기밀 문건을 담은 상자를 백악관에 보관했으며 2021년 1월 20일 임기를 마친 뒤 허가 없이 이런 상자 여러 개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건이 담긴 상자를 무도회장, 화장실과 샤워실, 사무실, 침실, 창고 등 여러 곳에 보관했으며 이후 기밀 취급 인가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밀 내용을 말해주거나 보여줬다.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국방·무기 역량, 미국의 핵무기 프로그램, 군사 공격을 받을 때 미국과 동맹들의 잠재적 취약점, 외국 정부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보복 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들 문건은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국방부, 국가안보국(NSA), 국가지리정보국(NGIA), 국가정찰국(NRO), 에너지부, 국무부 등 미국 정부 내 여러 정보기구에서 생성한 것들이었다. 검찰은 이들 문건이 허가 없이 공개될 경우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관계, 미국의 군과 정보원(human sources)의 안전, 민감한 정보 수집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사를 지속해서 방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연방수사국(FBI)이 2022년 3월 30일 관련 수사를 개시했고, 이후 한 달 뒤에 연방 대배심원도 가동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호인에게 기밀 문건을 숨기거나 파괴할 것을 제안하거나 이번에 같이 기소된 보좌관 월틴 나우타에게 문건을 다른 장소에 숨기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립기록원이 모든 문건을 반환하라고 수개월 동안 요구한 뒤에도 2022년 1월 17일 기밀 문건 197건이 담긴 상자 15개만 돌려줬다.

이후 대배심원의 반환 요구에 2022년 6월 3일 38건을 더 제출했으며, 이후 FBI가 마러라고를 압수수색해 102건을 더 회수했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입막음 돈을 지급한 뒤 그 비용에 관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전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형사기소된 바 있는데, 당시는 연방검찰이 아닌 뉴욕 지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