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처럼 번지는 '미친 약' 야바…국경 넘어 전국으로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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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남·강원 등서 대대적 검거…대부분 불법 체류 태국인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농촌 확산…"유통 조직을 무력화해야"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의 신종 합성 마약인 '야바'가 국경을 넘나들며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으로 위장한 채 밀반입된 야바는 국내 공급책을 거쳐 전국 각지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검찰과 경찰, 관세청은 매년 야바 유통 조직과 투약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밀수 경로를 차단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 중이다.
◇ 국제우편물 뜯으니 야바가 '우수수'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7일 발표한 마약 밀수 사범 수사 결과는 실핏줄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간 야바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 사건으로 구속된 태국인 총책과 국내 판매책만 48명에다 투약자는 33명이었다.
총책은 캡슐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1억원 상당의 야바 1천970정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왔다.
국내 판매책들이 이를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지로 퍼 날랐다.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야바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호남 지역 공급책으로 지목된 태국인 A씨는 자국의 마약상으로부터 야바를 도매로 사들여 국내에 유통했다.
야바는 중간 판매책 등 7명을 거쳐 전남·북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 투약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야바는 무려 1천198정이다.
야바 밀수입이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태국인 A씨는 지난해 7월 일반 식품으로 가장한 11억9천700만원 상당의 야바 2만3천940정을 국제우편물로 몰래 들여왔다가 덜미를 잡혔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는 향정신성의약품 수입 범죄의 엄단 필요성을 들어 1심이 선고한 징역 10년을 유지했다.◇ 야바 수령지는 시골 마을…'마약으로 병드는 농촌'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씨는 야바 수령처를 전북 부안군으로 적었다.
야바를 수령한 직후 인근 농장으로 몰래 들어가 야바를 흡입했다.
2차례 이를 반복한 A씨는 야바 유통뿐만 아니라 투약으로도 처벌받았다.
인천경찰청이 소탕한 마약 유통 조직으로부터 야바를 구매한 사람들도 농·축산업에 종사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태국인들이었다.
이들은 마약 1정당 3만∼5만원에 구입했다.
마약을 사고판 태국인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이며 함께 모여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남경찰청에 붙잡힌 야바 투약자 역시 농·어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강원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야바 등 마약류를 유통한 65명이 검거했는데, 이들 다수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고 투약했다.
야바가 농촌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야바가 보편화돼 있다 보니 우리 농촌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태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유통되는 야바가 우리 농·어민에게로 확산하는 상황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야바는 마약 중에서도 하급 마약이라, 구하기 쉽고 저렴해서 동남아에서 주로 유통된다"며 "취업 목적으로 농촌에 들어오는 태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에서 투약했던 야바를 잊지 못하고 찾다 보니 농촌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마약류 밀수 771건 적발…야바 밀수량 급증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마약류 밀수 적발 사건은 모두 771건이다.
마약류 적발량은 2018년 362㎏, 2019년 412㎏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48㎏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1천272㎏으로 급증했다.
2022년 적발량은 624㎏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3년 전과 비교하면 50%가량 늘어난 셈이다.
2021년 적발량이 늘어난 것은 특송화물, 국제우편 등을 이용한 비대면 마약 밀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 적발량 중 94%는 국제우편 또는 특송화물, 5%는 항공 여행자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다는 게 관세청의 분석이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합성대마 (500%), 야바(1천337%)의 밀수량이 전년 대비 급증했다.
이에 관세청은 마약류 밀반입의 원천 차단을 위해 단속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화물을 일일이 뜯어보지 않은 이상 세관에서 마약류를 전부 솎아내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에서 마약류를 원천 차단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모든 화물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수사 역량을 동원해 국내 유통 전에 마약류를 압류하거나 투약자를 타고 들어가 상선을 적발하는 방식으로 유통 조직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야바가 아무리 동남아에서 보편화돼 있다고는 하나, 필로폰 성분이어서 중독성이 강하고 유해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야바의 유해성을 꾸준히 알리는 계도 활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농촌 확산…"유통 조직을 무력화해야"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의 신종 합성 마약인 '야바'가 국경을 넘나들며 역병처럼 번지고 있다.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으로 위장한 채 밀반입된 야바는 국내 공급책을 거쳐 전국 각지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검찰과 경찰, 관세청은 매년 야바 유통 조직과 투약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밀수 경로를 차단하는 등 마약과의 전쟁 중이다.
◇ 국제우편물 뜯으니 야바가 '우수수'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지난 7일 발표한 마약 밀수 사범 수사 결과는 실핏줄처럼 전국으로 퍼져나간 야바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이 사건으로 구속된 태국인 총책과 국내 판매책만 48명에다 투약자는 33명이었다.
총책은 캡슐형 건강기능식품으로 위장한 1억원 상당의 야바 1천970정을 국제우편으로 들여왔다.
국내 판매책들이 이를 속칭 '던지기' 수법으로 충남 서산, 경기 화성, 전북 정읍, 대구 등지로 퍼 날랐다.전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도 최근 태국인 야바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호남 지역 공급책으로 지목된 태국인 A씨는 자국의 마약상으로부터 야바를 도매로 사들여 국내에 유통했다.
야바는 중간 판매책 등 7명을 거쳐 전남·북 지역에 거주하는 태국인 투약자들에게 흘러 들어갔다.경찰이 이들로부터 압수한 야바는 무려 1천198정이다.
야바 밀수입이 적발돼 법원으로부터 중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태국인 A씨는 지난해 7월 일반 식품으로 가장한 11억9천700만원 상당의 야바 2만3천940정을 국제우편물로 몰래 들여왔다가 덜미를 잡혔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백강진 부장판사)는 향정신성의약품 수입 범죄의 엄단 필요성을 들어 1심이 선고한 징역 10년을 유지했다.◇ 야바 수령지는 시골 마을…'마약으로 병드는 농촌'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씨는 야바 수령처를 전북 부안군으로 적었다.
야바를 수령한 직후 인근 농장으로 몰래 들어가 야바를 흡입했다.
2차례 이를 반복한 A씨는 야바 유통뿐만 아니라 투약으로도 처벌받았다.
인천경찰청이 소탕한 마약 유통 조직으로부터 야바를 구매한 사람들도 농·축산업에 종사하거나 일용직으로 일하는 태국인들이었다.
이들은 마약 1정당 3만∼5만원에 구입했다.
마약을 사고판 태국인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이며 함께 모여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전남경찰청에 붙잡힌 야바 투약자 역시 농·어촌과 공장에서 일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었다.
강원에서도 지난해 4월부터 9월까지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야바 등 마약류를 유통한 65명이 검거했는데, 이들 다수는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나 숙소 등에서 술을 마시고 투약했다.
야바가 농촌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단순하다.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야바가 보편화돼 있다 보니 우리 농촌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태국인 근로자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유통되는 야바가 우리 농·어민에게로 확산하는 상황도 충분히 우려할 수 있다.
마약 수사에 정통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야바는 마약 중에서도 하급 마약이라, 구하기 쉽고 저렴해서 동남아에서 주로 유통된다"며 "취업 목적으로 농촌에 들어오는 태국인 근로자들이 자국에서 투약했던 야바를 잊지 못하고 찾다 보니 농촌을 중심으로 마약류가 확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마약류 밀수 771건 적발…야바 밀수량 급증
관세청이 밝힌 지난해 마약류 밀수 적발 사건은 모두 771건이다.
마약류 적발량은 2018년 362㎏, 2019년 412㎏에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48㎏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1천272㎏으로 급증했다.
2022년 적발량은 624㎏으로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3년 전과 비교하면 50%가량 늘어난 셈이다.
2021년 적발량이 늘어난 것은 특송화물, 국제우편 등을 이용한 비대면 마약 밀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마약 적발량 중 94%는 국제우편 또는 특송화물, 5%는 항공 여행자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다는 게 관세청의 분석이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근로자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합성대마 (500%), 야바(1천337%)의 밀수량이 전년 대비 급증했다.
이에 관세청은 마약류 밀반입의 원천 차단을 위해 단속 체계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구조적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화물을 일일이 뜯어보지 않은 이상 세관에서 마약류를 전부 솎아내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고민이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에서 마약류를 원천 차단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모든 화물을 전수조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며 "수사 역량을 동원해 국내 유통 전에 마약류를 압류하거나 투약자를 타고 들어가 상선을 적발하는 방식으로 유통 조직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야바가 아무리 동남아에서 보편화돼 있다고는 하나, 필로폰 성분이어서 중독성이 강하고 유해하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을 상대로 야바의 유해성을 꾸준히 알리는 계도 활동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