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임대인 고소해도 소용없나요"…수원 전세사기 피해자 분통

고소 1년3개월 후에야 피의자 검거…경찰 "수사 절차상 문제 없어"

"전세사기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사는 지지부진했던 거 같아요. 피해자 입장에선 너무 답답하죠."
최근 경기 수원시에서 발생한 20억원대 규모의 전세사기 의혹과 관련해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본 A(43) 씨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하소연했다.

A씨는 2021년 5월 공동 임대인인 40대 B씨와 C씨 등 2명과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한 다세대주택에 대한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지난달 만료됐지만, 아직 보증금 1억6천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 상태다.

A씨와 같은 건물에 사는 10여 세대도 모두 상황이 비슷하다.

이들은 수년 전부터 2021년까지 B씨 일당과 전세 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이 끝난 현재까지 각 1억원 안팎의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B씨 일당에게 피해를 본 사람은 이들뿐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2월 인근 다른 다세대 주택에 사는 임차인 11명이 B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 총 15억원 가량을 받지 못했다며 수원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다.

같은 해 A씨와 같은 주택에 사는 임차인 1명도 이들을 고소했다. 이보다 전인 2021년 5월에는 이들과 별개로 또 다른 임차인 1명이 B씨 등을 경찰에 고소했으나,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고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판단이 내려져 사건이 불송치되기도 했다.

이처럼 동일인을 상대로 한 고소가 잇따랐지만, 지난해 내내 C씨와 임차인들에 대한 경찰 조사만 이뤄졌을 뿐 B씨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B씨가 잠적해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A씨는 이들과 전세 계약을 맺은 지 6개월 뒤인 2021년 말부터 여러 정황상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경찰조차 B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안과 걱정 속에 1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임대차 계약을 맺은 지 6개월 뒤인 2021년 말부터 C씨의 파산 신청을 알리는 서류를 받고 걱정이 돼 임대인들에게 연락을 해봤는데, B씨와 끝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앞서 고소한 다른 피해자들이 '경찰도 B씨가 도주 중이라서 소재 파악이 어렵다더라'고 하길래 그저 희망이 없는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께부터 인천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한 '건축왕' 사태와 수도권 일대에서 벌어진 '빌라의 신' 사태 등이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B씨 일당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달 A씨의 귀에 B씨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경찰이 올해 1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를 내린 뒤 4개월 만에 그를 검거한 것이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자 A씨를 포함한 같은 건물 주민 9명도 같은 달 곧바로 B씨와 C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경찰 수사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졌어야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A씨는 "살던 집에 대한 경매 절차가 마무리돼 오는 7월에는 5천700만원가량의 배당금만 받고 1억원 정도의 손해를 입은 채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참 막막하다"며 "동탄 전세사기 등 대규모 보증금 피해 사건 피의자들처럼 B씨가 빨리 검거됐다면 적어도 돌려받을 보증금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는 않았을까 싶어 속상하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B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돼 현재 B씨와 C씨 모두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고소장을 접수한 뒤 계속 고소인 등을 조사하며 혐의를 입증해나가던 가운데 B씨가 거듭해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한 것"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