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지정감사제 개선' 올해 안 된다…금융위 "데이터 불충분"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 발표했지만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형행 유지키로
"아무리 빨라도 내년 3월 이후 검토할 수 있어"
금융감독당국이 기업들의 회계관리·감사 제도를 일부 완화한다. 하지만 회계업계와 재계간 가장 큰 갈등거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 없이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 이 제도의 개선책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께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주요 회계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현행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며 "2020년 시행 후 3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 정책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충분치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정감사제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주기적으로 바꾸도록 하는 제도다. 한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을 오랜 기간 감사할 경우 유착이나 부실감사가 발생할 수 있어 감사 품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상장회사를 비롯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비상장회사가 대상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기업이 외부감사인을 자율적으로 6년 선임하면 그다음 3년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지정한다. 이른바 ‘6+3’ 구조다. 지정은 회계법인과 지정대상 회사에 대해 각각 점수를 매기고, 여기에 자산총액 순서를 반영해 순차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두고 회계업계와 재계는 서로 정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재계는 지정감사제 폐지 혹은 대폭 완화를 요구한다. 새롭게 지정된 감사인이 기업 특징이나 업무를 잘 모르는 등으로 감사 품질은 저하됐는데 보수는 더 올랐다는 주장이다. 반면 회계업계는 회계법인의 감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기존엔 기업이 감사인을 자율 선임하는 기간을 늘리는 ‘9+3’, 지정선임 기간을 줄이는 ‘6+2’ 안 등이 보완책으로 거론됐다. 당초 시장은 이달 중 보완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발표로 시점이 확 미뤄지게 됐다.

주기적 지정제에 대한 실제 개선안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이후에 나올 전망이다. 당국이 정책 효과 분석용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시점이 내년부터라서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각 기업들의 올해 사업보고서가 내년 3월에 나온다"며 "삼성전자를 비롯해 올해 자유 선임으로 바뀐 기업들이 지정감사 이후에도 회계 투명성이 유지되는지를 그때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내년에 220개사의 데이터가 추가되는데 이들이 상장사 갯수의 10% 미만이고 대부분 대기업이라 (데이터로서) 충분할지는 모르겠다"며 "내년 자유선임으로 전환되는 220개사 데이터는 2025년 3월에 추가되는 만큼 샘플이 나올 때마다 검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