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까지 앗아간 벼락…여름에 90% 집중·'해수면'도 위험

번개 중 25% 지상에 벼락으로…10년간 연 10만회 내리쳐 26명 사상
'땅에서 제일 높은 곳'에 집중…'바닷속'은 안전해도 '해수면'은 위험
'30-30 규칙'…번개 30초 내 천둥 울리면 '즉시대피' 30분 후 움직여야
강원 양양군 해변에서 벼락(낙뢰) 때문에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12일에도 낮부터 저녁 사이 경기동부와 강원, 충북, 경상내륙 등에 대기 불안정에 의한 천둥·번개 동반 소나기가 올 수 있다.

천둥이 들리거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즉각 대피해야 한다.

◇ 벼락 인명피해 10년간 26명…'습한 평지' 위험
'땅에 치는 번개'인 벼락에 의한 인명피해는 적잖다.

작년까지 10년간 벼락 인명피해 사고는 17건이며 7명이 목숨을 잃고 19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절반은 산지에서 피해를 봤고 31%는 골프장 등 평지, 12%와 8%는 실내와 공사장에서 변을 당했다. 산지는 능선·암벽·계곡 등에 벼락이 잦아서, 평지는 벼락을 막아줄 높은 구조물이 없어 사람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위험하다.

실내에서 피해를 본 경우는 대체로 낙뢰가 화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벼락에 의한 재산피해는 10년간 65억5천만원(1천98건)에 달한다. '습한 평지'인 해변은 벼락에 위험할 수 있다.

만약 구름과 땅 사이 공기가 건조하다면 공기가 절연체 역할을 하면서 벼락이 치지 않을 텐데 습하면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벼락은 어디나 떨어지지만 '땅에서 제일 높은 곳'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에 사람이 서 있다면 사람이 '피뢰침'으로 벼락을 유도하는 셈이 된다.

특히 우산을 머리 위로 쓰고 서 있다면 벼락에게 지름길을 만들어주는 격이다.

손에 든 것이 절연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절연체도 물에 젖으면 도체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해변처럼 젖은 땅도 위험하다.

사실 바다에는 육지보다 벼락이 덜 친다.

벼락이 치려면 공기가 강하게 상승하면서 뇌운(雷雲)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바다는 열 흡수율이 높아 쉽게 뜨거워지지 않아 그 위에서 상승류도 비교적 약하게 발생한다.

특히 바다에 벼락이 치더라도 '바닷속'은 안전하다.

벼락(번개)도 전류이므로 도체 표면을 흐르려는 성질(표피효과·고주파 전류가 도체를 흐를 때 표면 가까이에 집중해 흐르는 현상)이 있다.

이를 아는지 물고기는 벼락이 내리칠 만한 악천후 땐 수심 깊숙한 곳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반대로 해수면은 바다에 벼락이 칠 때 매우 위험하다.

즉 사람은 벼락이 칠 때 바다에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 연평균 10만회 관측…우기인 여름에 집중
벼락은 국내에서만 한 해 수만번은 관측되는 자연현상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없진 않지만 보통 폭우에 동반되다 보니 비 피해를 예방하느라 벼락에 대한 주의는 덜 하는 경우가 많다.

벼락을 비롯한 번개는 구름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다.

구름 내 양전하 입자와 음전하 입자 개수를 같게 하고자 전하가 이동하는 현상을 방전이라고 하며 이때 강한 빛과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2만7천도에 달해 주변 대기를 급격히 팽창시키는데 이에 발생하는 폭발음이 천둥이다.

번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우선 대기가 불안정해야 한다.

즉 대기 하층에는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지닌 따뜻한 공기가 자리하고 상층에는 아래로 가라앉으려는 차가운 공기가 자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 상층 얼음이나 우박알갱이가 하층으로 떨어지면 녹은 뒤 다시 상승류에 실려 위로 올라가게 된다.

그러면 다시 얼면서 열을 방출하는데 이 열에 입자 표면이 녹아 표면의 양전하가 비교적 온도가 낮은 다른 입자로 옮겨가고 해당 입자는 음전하가 된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 구름 내 기온이 '영하 10도에서 영하 20도'인 구간에 음전하가 쌓이게 된다.

그러면 번개가 칠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기상청도 번개를 예보할 때 구름 내 영하 10도에서 영하 20도인 구간, 즉 '전하분리층'이 있는지 중점적으로 본다.

천둥과 번개 원리상 국내에선 봄철에 자주 발생한다.

대기 하층은 따뜻하고 상층은 차가운 상황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름과 가을에도 심심치 않게 친다.

다만 겨울은 대기 하층이 따뜻하지 않으므로 천둥과 번개가 잘 치지 않는다.

벼락은 구름 내 음전하가 하필 지상의 양전하를 찾아 방전하는 현상이다.

하늘을 나는 항공기를 맞춘 경우도 벼락이다.

번개의 25% 정도가 벼락이 된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선 벼락(대지방전)이 연평균 10만8천719회 관측됐다.

지난해에는 3만6천750회가 관측됐는데 90%가 여름(5~8월)에 관측됐으며 이어 가을(5.7%), 봄(4.1%), 겨울 순이었다.

벼락은 비가 세차게 쏟아질 때나 우박이 내릴 때 칠 가능성이 높아 '우기'인 여름에 많이 발생한다.

벼락은 비가 내리거나 대기 하층이 습할 때 발생하며 구름 아래 대기가 건조하면 건조공기가 절연체 역할을 해 발생하지 않는다.

◇ 맞설 방법 없어…야외활동 자제해야
고압의 벼락에는 맞설 방법이 없다.

무조건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상청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나 '대기 불안정에 의한 비'를 예보했다면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야외에서 천둥이 들리거나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신속히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30-30 규칙'을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마지막 천둥이 울리고 30분이 지난 뒤 움직여야 한다.

빛의 속도는 30만㎧이고 음속은 330㎧로 번개가 치고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렸다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번개가 번쩍이고 6~7초 후 천둥이 들렸다면 약 2㎞ 거리에서 번개가 친 것이다.

벼락이 치는 경우 우산·등산스틱·골프채 등 벼락을 유도할 수 있는 긴 물건은 몸에서 떨어뜨려야 한다.

나무나 정자는 벼락을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벼락에 맞기 쉬우므로 그 아래로 피해서는 안 되며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

집에서는 전자제품 플러그를 뽑아둬야 한다. 재산피해는 피뢰침 등 피뢰설비를 설치하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으므로 설치가 적극 권장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