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우물파기 연구자' 김유형 "암환자 치료비 최소화가 목표"

"노벨상? 받고 싶죠…"의사과학자는 임상서 생긴 질문 스스로 해결하는 의사"
10년간 18억원 연구비 지원받아…서울대병원서 조교수로 진료 병행
"의사과학자들은 의사로서 임상에서 생긴 질문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자입니다. "
의사과학자로서 올해 초 정부의 '한 우물 파기 연구자'에 선정, 앞으로 10년간 정부로부터 모두 18억2천만원의 연구비를 받게 된 김유형(37)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진료조교수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의사과학자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김 교수는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가 양쪽 끝에 있다고 한다면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많은 의사는 이 스펙트럼 안에서 의사과학자로 살아간다고 생각한다"며 "임상 환경에서 생기는 수많은 질문을 내버려 두지 않고 내 손으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이들이 의사 과학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수가 앞으로 10년간 몰두할 연구는 '암 조직 주변의 혈관을 표적으로 한 부작용 없는 항암제 개발'이다. 암 조직을 먹여 살리는 혈관을 못 자라게 해서 암을 없애는 혈관 표적항암제는 현재도 많이 개발돼 있지만, 암 조직 주변뿐 아니라 다른 혈관들까지 역할을 제대로 못 하게 만드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혈관 타깃 항암제로 암이 완치되더라도 다른 장기가 망가져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막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병원으로 오기 전 4년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혈관 연구에 몰두했다. 특히 기존 혈관에서 새로 혈관이 생겨나는 과정에 집중했는데, 이 과정에서 특정한 유전자들을 차단하면 혈관 신생은 억제하면서도 정상 혈관은 유지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유전자들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다른 혈관에는 영향 없이 암세포 주변 혈관의 생성을 막아 암의 성장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현재 연구의 착안점이다.

그는 그동안 참여한 연구 결과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등 외국 학술지에 다수 발표했다. 김 교수는 현재 진료조교수로서 주중 근무 시간 절반은 서울대병원 본원과 암병원에서 외래진료와 초음파 세션을 담당한다.

과학자로서 연구는 그 외 시간을 더 쪼개서 한다고 했다.
그는 한 우물 파기 연구자에 선정돼 원하는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

"진료 조교수라는 직책에서 연구실을 갖고 연구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이번 선정으로 병원에서도 연구지원을 많이 해주고, 연구 시간도 확보되고 함께 할 연구원도 구할 수 있게 돼 큰 도움이 됐습니다.

"
대구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수학자를 꿈꾸기도 했다는 김 교수는 "의학을 전공해도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충남대 의대로 진학했다.

그가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도 KAIST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등 연구자의 길을 가려는 선택의 순간에 부모님은 항상 그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과학자 양성 계획에 경제적인 부분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KAIST 의과학대학원만해도 입학생의 30% 정도는 자신과 같이 기초연구를 하고 싶어 온 의사들이지만, 가족 부양 등 이유로 연구자의 길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원을 마칠 즈음 기초연구자에 대한 수요가 있던 서울대병원으로 올 수 있었고 정부의 연구비 지원까지 받게 된 자신은 매우 운이 좋은 사례라고 했다.

김 교수는 '노벨상에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누구나 있지 않겠느냐. 노벨상 받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가 1990년대 면역항암제 개발의 근간이 된 발견을 하고 이것이 널리 활용되며 지난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수상한 사례를 언급하며 "암 환자의 삶의 질 악화를 막고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 도움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