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LIV 깜짝 합병, 그 뒤엔 '이 남자' 있었다

'키 맨'으로 떠오른 지미 던
지미 던. USGA 홈페이지 캡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후원을 받는 LIV골프의 합병 배경이 조금씩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PGA투어 정책위원회 이사인 지미 던(66)이 충격적인 통합을 주도한 '키 맨'으로 확인됐다. 또 PGA투어와 LIV 간의 법적 소송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골프채널, 골프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중심에는 던이 있었다. 투자은행 회사인 파이퍼 샌들러의 부회장 및 수석 관리 책임자이면서 명문 골프클럽 세미놀GC 회장이다. 미국에서도 아무나 가입할 수 없는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회원이기도 하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던은 이번 합의의 설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래 LIV골프에 누구보다 비판적인 입장이 강했다. LIV골프 출범을 전후해 PIF측에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항의한 인물이 바로 그다. 또 LIV에 합류하는 선수들을 공개석상에서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던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만남을 제안했다. 런던에서 이뤄진 첫 만남에서 PGA투어와 LIV의 합병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후 제이 모너한 PGA투어 커미셔너가 합류하면서 합병 논의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PGA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LIV 골프를 비난해왔다. 9·11 테러 피해자들이 이번 합병 결정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선 것 역시 그때문이다. 던 역시 9·11 테러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테러 당시 그의 회사는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남쪽 타워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던은 미국 미드 아마추어 예선에서 골프를 치느라 현장에 없어 테러를 피했지만 그의 동료 66명이 사망했다. 그는 유가족에게 재정 지원과 대학 장학금 지원을 제공해왔다. 던은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 과정에서 자신이 만난 사람은 9.11 테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믿는다며 "만약 누군가 명백하게 연루된 사람이 있다면 내가 직접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PGA투어가 금전적 부담때문에 LIV와의 합병을 결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며 모나한 커미셔너는최근 미국 플로리다의 PGA투어 본사에서 직원들을 만나 "LIV골프와의 법적 다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LIV로 선수들이 이탈하기 위해 상금을 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PGA 투어가 LIV 골프와의 법정 싸움 비용으로 이미 5000만 달러(약 647억원)를 지출했다. 또 (LIV 골프로의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한) 상금 인상과 선수 보너스를 지급하기 위해 예비비에서 1억 달러(약 1294억원)를 조달했다"고 전했다. LIV 출범 이후 PGA투어는 2021~2022 시즌보다 대회 상금을 1억달러 이상 증액했다. 또 선수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20명의 상위 선수들에게 연말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선수영향력프로그램(PIP)에도 1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PGA투어는 "남자 프로골프의 분열이 끝남에 따라 PGA투어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올라갈 것"이라며 "이번 합의로 프로골프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