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무역 성래은 부회장은 스스로를 '공장집 딸'이라 말한다


성래은 지음
은행나무│232쪽│1만7000원
GettyImagesBank.

"넌 공장집 딸이다."성래은 영원무역 부회장(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영원무역 창립자 성기학 회장)에게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 성 부회장은 최근 출간한 <영원한 수업>에서 성 회장과의 일화를 적으며 이렇게 썼다.

"이 말씀은 직원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뜻이다. 아버지는 특히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이를 '우리는 공장집'이라는 말로 표현하셨다."

<영원한 수업>은 성 회장의 에세이이자 경영 수업 노트다. 그는 성 회장의 곁에서 체득한 경영인의 태도에 대해 적었다.1974년 설립된 영원무역은 한국 섬유산업의 신화다. 서울 이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시작해 매출 3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할 때까지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노스페이스 등 글로벌 최상급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갖고 있어 ‘의류계의 TSMC’로 통한다.

성 부회장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영원무역에 입사해 21년간 이 회사의 생산 현장과 경영 일선을 누벼왔다. 공장 화장실 청소부터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2세 경영인이고, 현재 그룹 부회장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2세 경영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성 부회장은 책 도입부에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불필요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며 "어떤 교육을 받았으며 어떻게 자랐고,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는지 솔직하게 알리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출간 이유를 설명했다. '대표이사의 하루'라는 글에서 성 부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부자 아버지 덕에 일을 취미삼아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부자인 것은 맞다. 하지만 나에게 일은 취미가 아니다. 나의 하루 일과를 알게 된다면 그런 말은 절대 못할 것이다." 그는 새벽 3시 전에 기상해 새벽 출근을 한 뒤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단위로 이어지는 회의와 보고를 소화한다.

거창한 '경영 비법' 같은 건 없다. 성 부회장은 소소한 일화를 통해 아버지에게서 익힌 경영 원칙을 들려준다. 주말에도 아침이면 여러 신문을 챙겨읽는 성 회장을 위해 신문 심부름을 하던 추억, 회사 돈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법인카드가 없던 시절부터 매일 저녁 영수증을 분류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등이 책에 담겨져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