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우, '할랄 장벽' 뚫고 수출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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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한우는 지구상 최고의 고기다.” 미국의 유명한 음식 칼럼니스트 케이트 스프링거가 한우를 맛보고 난 뒤 내린 평가다. 한우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최고의 식재료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런 한우가 우수한 맛과 품질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한우 ‘제1호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이로써 현재 한우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홍콩, 마카오, 캄보디아에 이어 말레이시아까지 총 4개국이 됐다. 이번 ‘1호 계약’을 통해서 1년에 약 600t, 지난해 수출량 44t보다 무려 13배가 넘는 한우고기를 말레이시아에 수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19억 명의 ‘할랄(HALAL) 시장’에서는 할랄 인증 여부가 거래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그중 글로벌 할랄 시장의 선도국가인 말레이시아에 한우를 본격적으로 수출하면서 할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말레이시아 한우 첫 수출 계약식은 ‘최초’라는 성과를 거둔 것 외에도 더 큰 의미가 있다. 2016년부터 한우고기 수출 검역 협상을 진행해온 끝에 마침내 7년 만에 맺은 결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 도축장 인증이 완료되기까지 위기의 순간이 많았다. 국내 도축장에 대한 실사를 거친 말레이시아 정부 이슬람개발부에서 인증이 어려울 것 같다는 통보를 받기도 했고, 할랄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한 교육도 따로 받아야 했다.
또 최근에는 4년여 만에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자칫 수출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마다 수출입업체와 관계 공무원, 현지 대사관까지 나서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새로운 수출길이 열린 만큼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다. 앞으로 수출 활성화 여부는 제품 품질 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말레이시아 수출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한우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현지 소매점에도 QR코드를 상품에 부착했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한우고기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됐고 도축됐는지, 등급은 어떠한지 등 품질과 이력 정보를 현지어로 확인할 수 있다.이제 한우를 세계화해야 할 때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수출협의회를 운영하면서 생산자와 유통업체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출 검역제도를 개선하는 등 한우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수출 전선에 이상이 없도록 국내 가축방역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이번 말레이시아로의 첫 한우 수출이 우리 경제와 축산업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한우 세계화에 든든한 주춧돌을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한우업계와 함께 우리 한우가 세계인들이 즐기는 매력적인 먹거리가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국민들께는 지금처럼 우리 한우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