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명수 대법원' 교체 시작, 무너진 정의·공정 바로세워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새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두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 표결을 거치면 내달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을 맡는다. 두 후보자는 중도 성향으로 분류돼 임명 땐 대법관 가운데 진보 성향 인사가 현재 7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다. 비상식으로 점철된 김 대법원장 체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평형 감각을 잃은 김 대법원장은 임기 6년 동안 코드 인사, 정파적 판결, 재판 지연 등으로 사법부 위상과 역량을 추락시켰다. 특정 진영 성향의 판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전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을 한직으로 내몰았다. 대법관 14명 중 7명이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와 민변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대법원이 특정 이너서클 동아리 판이 됐다는 표현이 나올 지경이다. 재판 공정성 침해도 심각했다. 대법원은 ‘TV 토론에서 한 거짓말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니다’는 논리로 2심을 뒤집고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면죄부를 줘 대선 출마 길을 열어줬다. 대장동 사업자가 대법관을 상대로 한 재판 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대법원에 먹칠을 했다.

재판 지연으로 인한 국민 피해도 컸다. 지난 5년간 1심 판결조차 안 나온 소송이 민사는 3배, 형사는 2배로 늘었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하고 인기투표 형식의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도입하면서 수석부장판사들이 일선 판사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을 독려하지 않은 탓이다. 전 정권에 불리한 재판도 질질 끌면서 정의와 공정의 보루가 무너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건은 1심 판결에 3년1개월, 윤미향 의원 건은 2년5개월이 걸렸다.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은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최종심은 1년째 아무 소식이 없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기소된 지 3년반이 됐는데도 아직 1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법부의 흑역사는 김 대법원장의 오는 9월 퇴임으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