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이 AI 혁신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개발한 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아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올 들어 세계 17개국 월드투어를 다니며 각국 정상 등을 만나고 있다. 챗GPT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정상들과 독대하는 거물이 된 것이다. 기술 황금시대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촉발했듯 AI가 인류 문명과 산업을 통째로 뒤흔드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5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과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난 올트먼 CEO는 “한국은 글로벌 AI 생태계의 리더가 될 자질을 갖춘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한국이 세계 AI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가 되기 위해선 해야 할 일이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 인재 양성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MIT의 AI 대학원 설립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중국은 향후 5년간 AI 전문가 500만 명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에선 최근 각 대학에 AI 관련 학과가 늘고 지원자도 몰리고 있지만 제대로 가르칠 교수, 시설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먼저 대학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산학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등 AI 인재 양성과 기술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기업들은 R&D는 물론 제조 유통 등 전 단계에 AI를 접목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협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올트먼 CEO는 한국 대기업, 딥테크(기저기술)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도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기업, 연구소, 대학 등과 적극 협력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

치열한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 무역수지가 1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대내외 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 이런 시기에 도래한 AI 혁명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