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일 머니의 진격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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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아랍 부호의 대명사로 자주 언급되는 아부다비 왕자 ‘만수르’. 본명은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하얀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올 1월 국빈 방문한 아랍에미리트(UAE)의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 동생이자 이 나라 부통령이다. 그는 2008년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가 구단주로 있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의 새 구단주가 됐다.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있던 맨시티는 만수르의 돈주머니가 풀리면서 살아나 2011~2012시즌 첫 우승 이후 12시즌 동안 일곱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인수 15년째인 올해 만수르는 대업을 이뤘다. EPL과 FA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UCL) 정상까지 거머쥐는 ‘트레블’을 달성했다.중동 첫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의 날이었다. 결승전 상대국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가 모두 타밈 국왕이 사실상 구단주인 프랑스 리그앙의 최고 명문 파리생제르맹(PSG) 소속이었다. 타밈 국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메시에게 메달을 걸어준 뒤 카타르 전통 의상까지 입혔다.
중동 ‘오일 머니’의 스포츠산업 진격이 거세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 스포츠계의 패권을 흔들고 있다. 스포츠를 인권탄압, 성차별, 독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비난이 거세지만, 이들의 영향력에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스포츠 오일 파워의 중심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있다. 얼마 전 100년 전통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에 투항해 리브(LIV)골프와의 통합을 선언했다. 6060억달러(약 783조원) 자산 규모의 PIF는 빈 살만의 지휘 아래 있다. 그는 EPL 명문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데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와 같은 스타를 사우디 리그로 빨아들이고 있다.한국도 빈 살만의 오일 머니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이벤트로 꼽히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를 놓고 맞붙었다.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로 좁혀진 개최지는 오는 11월 결정된다. 빈 살만의 막강 화력에 비하면 백병전에 가까운 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투혼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2부 리그 강등 위기에 있던 맨시티는 만수르의 돈주머니가 풀리면서 살아나 2011~2012시즌 첫 우승 이후 12시즌 동안 일곱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인수 15년째인 올해 만수르는 대업을 이뤘다. EPL과 FA컵 우승에 이어 챔피언스리그(UCL) 정상까지 거머쥐는 ‘트레블’을 달성했다.중동 첫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 카타르 국왕의 날이었다. 결승전 상대국인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가 모두 타밈 국왕이 사실상 구단주인 프랑스 리그앙의 최고 명문 파리생제르맹(PSG) 소속이었다. 타밈 국왕은 흐뭇한 표정으로 메시에게 메달을 걸어준 뒤 카타르 전통 의상까지 입혔다.
중동 ‘오일 머니’의 스포츠산업 진격이 거세다. 막강한 자금력으로 세계 스포츠계의 패권을 흔들고 있다. 스포츠를 인권탄압, 성차별, 독재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는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 비난이 거세지만, 이들의 영향력에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스포츠 오일 파워의 중심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있다. 얼마 전 100년 전통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에 투항해 리브(LIV)골프와의 통합을 선언했다. 6060억달러(약 783조원) 자산 규모의 PIF는 빈 살만의 지휘 아래 있다. 그는 EPL 명문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인수한 데 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와 같은 스타를 사우디 리그로 빨아들이고 있다.한국도 빈 살만의 오일 머니와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월드컵, 올림픽과 함께 3대 이벤트로 꼽히는 2030 세계박람회 개최를 놓고 맞붙었다.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로 좁혀진 개최지는 오는 11월 결정된다. 빈 살만의 막강 화력에 비하면 백병전에 가까운 윤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투혼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