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맞손' 네오이뮨텍…신약 활용 큰 폭 넓힌다

MSD처럼 '무상제공' 계약 체결
국내 바이오기업 중 첫 사례
국내 바이오기업의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기업에 무상 제공하고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새로운 신약 개발 모델이 나왔다. 네오이뮨텍이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박람회인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에서 관련 계약을 맺으면서다.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과 자본력이 성장하면서 신약 개발 ‘기초체력’이 탄탄해진 덕분이란 평가다.

양세환 네오이뮨텍 대표(사진)는 지난 5~8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기자와 만나 “이번 행사 기간에 T세포 증폭제 NT-I7을 미국 기업에 무상 제공하는 계약 2건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국내 바이오기업이 미국 머크(MSD)처럼 의약품을 무상 제공하는 협업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NT-I7은 암세포나 감염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를 증폭시키는 인터류킨7 제제다. 네오이뮨텍에서 이 물질을 무상 제공받은 회사들은 자신들의 약물과 이 약을 함께 투여해 효과를 높일 수 있는지 등을 시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네오이뮨텍은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NT-I7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MSD도 비슷한 전략으로 세계 1위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의 활용도를 넓히고 있다.

시장 진입 전략 면에서 유리하지만 그동안 국내 바이오기업은 이런 무상 제공 협력을 시도하지 못했다. 자금 동원력은 물론 신약 기술력까지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양 대표는 “연말까지 무상 제공 협약이 최대 1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전략으로 글로벌 제약사 기술 이전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행사에서 네오이뮨텍은 NT-I7의 췌장암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a상 시험 중간 결과도 발표했다.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48주로 11개월을 넘었다. 기존 치료제가 6개월 수준이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네오이뮨텍은 지난해 하반기 미국 임상위탁기관(CRO) 파렉셀 등과 자문 계약을 맺고 췌장암과 대장암 신약 시장 조사를 했다. 미국과 유럽 병원, 보험회사 관계자 등에 NT-I7의 적정 약가 등을 물어봤는데 ‘세계 1위인 키트루다와 같거나 높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답을 얻었다고 양 대표는 설명했다.

보스턴=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