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피스 "美·유럽 32兆 의약품 시장 공략"

獨 유럽혈액학회 르포

홍보부스 찾은 유럽 의사들
"반도체 만들던 기업 맞나" 감탄
하드리마·에피스클리 출시 앞둬
“반도체 스마트폰 TV를 제조하는 그 ‘삼성’이 맞나요?”

지난 8~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혈액학회(EHA 2023)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스를 방문한 유럽 의사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삼성이 희귀 질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혈액학 분야까지 진출한 것을 두고 세계 의사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품 평가는 좋았다. 퓨포 드 라튀르 프랑스 생루이병원 교수는 “바이오업계 후발주자 격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짧은 시간 안에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달 유럽에서 에피스클리 시판허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8년간의 개발·임상을 거쳐 지난달 말 유럽에서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인 에피스클리 판매 허가를 받았다. 이번 학회는 현지 의료진에게 에피스클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본격적인 홍보 무대였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빅파마의 ‘전쟁터’인 해외 학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제품 홍보만을 위해 부스를 차린 것은 2012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제품명(에피스클리)에 사명(에피스)을 넣은 것부터 범상치 않다. 이미 10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갖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 하반기 하드리마와 에피스클리로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승부를 걸기로 했다. 하드리마는 류머티즘 관절염, 크론병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다. 휴미라와 솔리리스의 시장 규모는 각각 연간 27조원, 5조원에 달한다.

“희귀질환 시장 삼성이 주도할 것”

솔리리스는 환자당 연간 치료비만 4억~5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의약품이다. 에피스클리가 대중화되면 가격 부담이 줄어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가 주어지고 국가 의료보험 재정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PNH는 체내 면역체계와 적혈구 간 연결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서로 충돌하면서 적혈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적혈구가 깨지면서 혈전이 생겨 심부전 폐부전 고혈압 등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인구 100만 명당 15명꼴로 발생해 환자가 많지 않다. 환자 모집이 어렵고 개발 난도가 높아 바이오시밀러에 도전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다. 삼성은 그 틈새시장을 뚫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솔리리스와 울토미리스, 암젠의 베켐브 등이 경쟁 약물로 꼽힌다.

에피스클리 임상 3상을 주도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리한 위치에 있어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경쟁 제품과 달리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소르비톨 성분이 없는 데다 임신부 임상 데이터와 약효 속도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번 학회에서 에피스클리 경쟁 제품 중 홍보에 나선 것은 울토미리스뿐이었다.

다음달부터 연 20조원 시장 ‘승부수’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미국에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10여 종이 출시된다. 휴미라는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이다. 미국시장 규모만 20조원 이상이다.

하드리마는 휴미라와 상호교환성 임상을 마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다. 허가를 받으면 의사 동의 없이 약사가 휴미라 대신 하드리마를 처방할 수 있다. 시장점유율 확대에 유리할 것이란 평가다.

박상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커머셜본부장(부사장)은 “하드리마는 상호 교환성, 고·저농도 제형 등 여러 면에서 경쟁 제품보다 우위에 있다”며 “2025년까지 미국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