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 빌딩 90%, 영업 끝나도 '휘황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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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샌다지난 4일 새벽 3시 신논현역 일대. 취객조차 귀가해 인적이 뜸한 심야였지만 강남대로변 빈 오피스와 상업용 빌딩은 대부분 불이 켜진 상태였다. 휘황찬란한 간판은 물론 텅 빈 매장 내부에 조명이 켜진 식당과 카페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피스·상가 새벽에도 불야성
에너지 과소비 불감증 심각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신논현역부터 강남역까지 650m를 걸으며 확인해 보니 강남대로변 43개 건물 중 38곳(88%)이 간판이나 매장 내부 조명을 켜놓고 있었다. 간판과 매장 조명을 함께 켜둔 곳도 17곳(40%)이나 됐다. 완전 소등한 건물은 공사 중인 곳을 빼면 5곳(12%)뿐이었다.오후 10시30분에 영업을 마친 한 패스트패션 매장은 쓰고 있는 네 개 층 조명을 모두 밝혀놨다. ‘영업 종료’ 팻말을 내건 햄버거 매장은 안쪽 카운터가 보일 정도로 환했다. 네일케어 매장과 카페도 24시간 영업하는 줄 착각할 정도였다.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석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908억달러로 전년 대비 784억달러(69.8%) 늘었다. 에너지 수입 증가분이 무역적자(472억달러 적자)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새 나가는 에너지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에너지 불감증’이 만연하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버려지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며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눌러 잘못된 가격 신호를 주면서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