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최근 반격 작전을 개시한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로씨야 1'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최소한의 어떤 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얄팍한 근거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이 평화 협상에 대한 열린 태도가 결여됐다고 보는 건 세 가지 요인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의지가 없고, 준비가 안 됐으며 그들의 서방 후원국들로부터 허락을 받지도 못했다"고 부연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통해 장기화한 전쟁을 멈추고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지만, 두 당사국은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조건으로 러시아군 철수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을 기준으로 한 양국 국경 회복 등을 요구해 왔다.
러시아가 지난해 침공 이후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은 물론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반환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런 우크라이나 측 주장이 사실상 협상을 거부하는 태도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는 물론 다른 4개 점령지도 현지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비롯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미 러시아 영토로 귀속된 만큼 이 지역들의 반환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우방인 미국과 영국의 대러시아 견제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봉쇄는 수십년간 미국과 영국의 변함 없는 목표로 남아 있다"면서 "러시아를 견제하는 건 두 나라의 외교 정책에서 절대적인 상수이고 우리는 그런 상황 속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연 자리에서 러시아를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배제하고 새 원전 파트너십을 시작하기로 한 점을 거론하면서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겠다는 목표에 합의한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