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전야일까"…美월가 '공포지수', 팬데믹 이후 최저치


미국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직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주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중앙은행(Fed)의 기준 금리 결정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이번주 VIX가 13.5 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사태로 패닉 몸살을 앓기 직전인 2020년 1월에 기록했던 12대 초반 수준에 가까워진 것이다. VIX는 향후 30일 동안의 미국 S&P500지수 예상 변동성을 반영한 수치다. 통상 20 이하일 때 과매수 상태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적임을 나타낸다.VIX는 작년 10월에 33 선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 올해 3월 발생한 미국 지역은행 줄도산 등 금융위기 우려 등 각종 시장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향후 변동성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주 S&P 500 지수는 강세장으로 복귀했다. 8일(현지시간) 전날보다 0.6%(26.41포인트) 오른 4293.93으로 마감하면서다. 이는 지난해 10월 12일 기록했던 저점(3577.03)에서 2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 20% 이상 상승하면 강세장이라고 본다. 리피니티브 데이터에 의하면 S&P 500 지수가 하루 동안 1%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 2월 3일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평온함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메인스트리트 리서치의 최고투자책임자 제임스 뎀머트는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이 정도로 안도하면 앞으로 몇 주 동안 변동성이 폭증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VIX가 더 이상 시장의 변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식 옵션 시장에서 거래일 마감 시 만료되는 옵션 계약인 이른바 제로데이 콜옵션(Zero days to expiration, 0DTE)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4월엔 '1일 변동성 지수'가 출시됐지만, 해당 지수마저 최근까지 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채권 시장은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프랑스 자산운용사 카르미냑의 투자위원회 위원인 케빈 토제는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붕괴된 후 채권 변동성 지수인 '메릴린치 옵션 변동성 추정 지수(MOVE)'가 일반적으로 위기 때 볼 수 있는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MOVE는 지난 두 달 반 동안 약 70% 포인트 떨어져 115를 기록했지만, 2021년 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65% 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