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자주 사는 아들 혼냈는데…" 공개 생방송 끝나자 '반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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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의심됐는데"…수백명 모인 생방 '조작 논란' 풀었나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 가보니
추첨기 개방·설치·점검 전면 공개 반응은
"복권 방송 추첨 공정성·투명성 알릴 것"
지난 10일 오후 MBC 서울 마포구 상암동 신사옥에서 진행된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에 참관한 김모 씨(50)는 "생방송 참관 전에는 '로또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마음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김 씨는 "아들이 로또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만 사라고 혼낼 만큼 평소 로또를 불신하는 편이었다"면서도 "(방송 참관 이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로또를 구매한다는 걸 알았고, (추첨기 준비부터 리허설까지 지켜보니) '조작이 쉽지 않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끝없는 '로또 조작 논란…'공개 생방송' 전 어땠나
이날 오후 2시 25분께 본격적인 생방송 시작 6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방송 입장을 대기하고 있었다. 참관을 위해 모인 이들의 나이대와 성별, 지역은 다양했다. 모인 이들 중 일부는 "로또 조작에 대한 의심을 풀기 위해"라고 참관 계기를 밝혔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나모 씨(50) "로또 조작이 없는지 궁금해서 직접 보러왔다"며 "생방송으로 추첨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고, 추첨 방식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분석 같은 것을 보고 이해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리허설을 거쳐 본 방송인 'MBC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는 오후 8시 35분께 시작됐다. 지난주 당첨 소식과 복권기금 선용 사례를 소개한 뒤 추첨이 진행됐고, 추첨 결과(당첨 번호)를 즉석에서 공개하고 생방송이 종료됐다.
"의심되는 것 많았는데"…생방송 종료 후 참관인 반응은
인천에서 왔다는 고모 씨(43)는 "평소 매주 로또를 사고 있는데, 로또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첨이 되는지 궁금했다"며 "준비과정부터 생방송까지 쭉 살펴보니 조작과 관련한 의심이 어느 정도 풀린 것 같다. 이제 좀 후련하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왔다는 강모 씨(30)는 "요즘 들어 로또에 대한 의혹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궁금증이 많이 풀렸고 이런 행사가 마련돼서 좋다"며 "특히 1등 다수 당첨자나 이월 문제 등이 특히 궁금했는데 이번에 다 보니 '조작이 될 수 없겠구나'라고 받아들였다. 절차에 맞게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왔다는 이모 씨(35)도 "로또가 평소 의심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면서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첨이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왜 내 번호만 안될까'라고 평소 불만을 가졌는데, 그런 마음을 전문가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준 부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자들은 로또를 단순한 무작위 확률에 기반한 게임이라고 정의한다"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간 당첨 확률이 높았던 번호를 수동으로 입력했는데, 이는 (해당 방법이 당첨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이라고 분석했다.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로또란 기본적으로 인간의 비현실적 낙관성에 근거하고 있는데, 로또의 본질은 대국민 심리서비스"라며 "로또는 인간들이 하는 착각을 극단적으로 이용한다. 로또 당첨 확률인 814만분의 1은 벼락 맞을 가능성과 맞먹지 않느냐"고 분석했다.
이번 대규모 공개 생방송 행사는 국민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복권방송 추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알리기 위해 개최됐다는 게 동행복권 측의 설명이다. 김서중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번 방송에 많은 분을 모신 이유도 여러분들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방송을 직접 보시고 돌아가서 '로또는 녹화방송이다'라고 주변에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직접 보니 생방송 맞는다'고 말씀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강조했다.홍덕기 동행복권 대표도 "최근 로또복권 1, 2등 당첨자가 다수 발생하여 복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며 "대국민 로또 6/45 추첨 공개방송을 계기로 복권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복권을 더욱 건전한 레저문화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또 위변조 방지를 위해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개선해 나가겠다"며 "복권 시스템 예민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서 시스템을 개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