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그거 별 거 아니라고? 김영하의 <작별인사>로 본 AI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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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김정민의 세상을 뒤집는 예술읽기
AI 시대의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 자신의 문제
'인간=우주의 주인공'이라는 생각 깬 소설
인간의 탁월함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힘
미래의 우리를 위한 선택이 가장 인간다운 선택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이후,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집 고양이들도 알아들을 정도로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ChatGPT 경험이 감탄과 경이로움으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서는 앞으로 사라지게 될 일자리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스멀거려 사람들의 속내가 아주 복잡해졌습니다. 놀라움이나 감탄이야 각자가 겪은 경험만큼 다채롭게 흩어지지만, 인간의 노동력과 상대조차 안 되는 AI(인공지능)의 생산성에서 비롯된 걱정과 불안은 하나의 지점으로 모여듭니다. 결국 AI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은 앞으로 어떤 쓸모가 있고 또 무얼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입니다.
‘만약 현재 나의 모든 기억과 생각을 온전하게 보전한 채로 디지털 세계로 옮겨갈 수 있다면, 그래서 네트워크 속에서 어쩌면 영원히 생(?)을 살 수 있다면, 나도 점점 늙고 쇠약해가는 내 몸을 포기하고 마인드 업로딩을 선택할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인간은 스스로가 지구 생태계의 주인공이고, 다른 존재들은 모두 그 주인공을 위한 엑스트라거나 주인의 삶을 위한 도구처럼 여겨왔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가 바로 요즘 우리를 고민하게 하는 ‘지속가능성’일 테고요. 이런 상태로는 지구 생태계,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류가 살아갈 터전으로서 지구 생태계의 지속이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인간 때문에 멀쩡히 잘 살 수도 있을 애꿎은 생태계 동료들마저 멸종의 길을 걸어야 할지 모릅니다.
곳곳에서 경고의 알람을 울려대고는 있지만, 세상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합니다. 정말 그런 재앙 같은 시나리오가 진짜로! 벌어지겠냐는 듯 말입니다. 그 속에는 여전히 ‘주인공은 나야 나!’라는 생각이 숨어있고, ‘주인공은 맨 나중에 죽으니까, 인류는 맨 마지막에...’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에는 주인공이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주인공이기 때문이죠. 우리 세대가 좋아하는 말투처럼 각자가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에서 모두가 주인공들입니다. 지능이 있건 없건, 기계이건 사람이건, 아니면 사람 비슷한 무엇이건. 또 더 고차원적인 삶을 꿈꾸든 그렇지 않든, 물샐 틈 없이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어떻게든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그들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미래를 그려보는 능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인간의 탁월함은 바로 그렇게 타자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데 있을 겁니다. 그저 현재의 내가 아니라 미래의 우리를 생각하는 일, 이것이 인간다운 선택의 기준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