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남부 격전지 3곳 탈환…반격 후 첫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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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격전지 중 하나인 블라호다트네 수복
남부 마리우폴 진격 위한 전초전
러시아군을 상대로 반격에 돌입한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전선에서 승전보를 올렸다.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 공세를 개시한 뒤 첫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육군은 성명을 통해 제68 특전여단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블라호다트네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이 마을 인근에 있는 네스쿠흐네와 마카리우카 등도 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에 있는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 진격한 뒤 첫 성과라는 평가다. 발레리 세르셴 우크라이나 육군 대변인은 "(우리는) 반격 작전의 첫 성과를 보고 있다"며 "탈환한 마을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 경계에 있으며, 우크라이나 국기가 이 마을에 게양됐다"고 설명했다.
영국 국방부도 같은 날 우크라이나 전황을 발표하며 "최근 48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동부 및 남부에서 우크라이나의 상당한 작전이 이뤄졌다"며 “몇몇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진전을 이루고 러시아군의 첫 저지선을 돌파한 것 같다”고 전했다.블라호다트네는 동부 전선의 여러 격전지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군과의 교전 속에 마을은 이미 폐허가 됐다. 하지만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로 연결되는 보급로 역할을 맡아왔다.
우크라이나군이 마리우폴을 공략하기 위해 이번 작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은 개전 초 러시아군이 3개월간 포위해 점령한 도시다. 러시아군은 당시 마리우폴을 최우선 점령지로 지정했다. 동부와 남부를 잇는 요충지라서다. 블라호다트네는 마리우폴과 95㎞가량 떨어져 있다.동부와 남부를 잇는 도시를 탈환해 보급로를 끊고 러시아군을 양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부 자포리자 등 주요 도시에 러시아군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해놔서다. 전면전을 펼쳐서는 손해가 막심할 거란 관측이다.
다만 섣부른 작전 수행은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최소 4개 방면에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으려 시도할 것이다"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 주력 부대를 전선에 투입하지 않고 신중하게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부 전선을 돌파하려 나선 배경엔 카호우카 댐 붕괴 사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일 헤르손주에 있는 카호우카댐이 무너지면서 드니프로 강 하류 지역이 물에 잠겼다. 강이 범람하자 장갑차와 탱크 등 중화기를 강 건너편으로 보내기 어려워진 것이다.
러시아군 입장에선 댐 붕괴로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군이 구호 활동에 전념하느라 주의가 분산돼서다. 드니프로 강 상류 지역에서 댐이 붕괴한 뒤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하류 지역은 홍수 피해를 보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즉각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카호우카 댐 붕괴에 관한 조사를 요청했다. 러시아군이 의도적으로 댐을 파괴했다는 주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ICC 대표단이 지난 며칠간 헤르손을 방문했다"며 "재난 발생 직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에서 ICC에 조사 요청을 전했고 이미 관련 업무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