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쓸 돈 없다"…獨에 추가금 요구했다가 거절 당한 인텔 '위기'

"독일, 반도체공장 관련 인텔 추가 보조금 요구 거절"
인텔, 건설비 늘자 9.4조원서 13.9조원 보조금 증액 원해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독일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추가 보조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최근 파운드리 주요 고객사들이 떠난 데 이어 유럽 공장건설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이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이 독일 동부 마그데부르크에 건설 예정인 반도체 공장과 관련해 요청했던 추가 보조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린트너 장관은 FT와 인터뷰에서 "지원금 증액에 반대한다"며 "예산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인텔은 애초 독일 공장 건설을 위해 68억 유로(약 9조4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건설 비용이 늘어나면서 최소한 100억 유로(약 13조9000억 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치권의 반응은 예상보다 부정적이다. FT는 "독일의 일부 경제학자들은 보조금이 납세자의 돈 낭비라고 주장한다"며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독일의 야망은 헛된 꿈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로 독일 정부의 세수가 줄어든 것도 인텔 보조금 증액이 힘든 이유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재건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사례처럼 건설 비용이 인플레이션으로 예상보다 많아지고 있는 데다 고객사 확보도 쉽지 않아서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과 테슬라는 인텔에 제품 생산을 맡기는 것을 재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반도체를 제조할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WSJ은 이들 고객사가 인텔의 기술적인 실수를 확인한 뒤 다른 파운드리 업체에 연락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