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에 선인장 심은 작가, 청담동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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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작가 클라우디아 콤테2019년 자메이카의 이스트 포틀랜드 어류 보호구역. 전세계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와 같은 이곳에 난데 없이 거대한 콘크리트 선인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서 亞 첫 개인전
협소한 전시장·부족한 작품 설명 아쉬워
스위스 작가 클라우디아 콤테(40)가 2019년 생태학자들과 함께 설치한 선인장 조각 작품이었다. 인공 조각 위에 산호를 키우는 생태학 연구의 일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행위 예술이기도 했다.그 후 3년이 흘렀다. 젊은 유망 작가였던 콤테는 이 작업을 계기로 작품 값이 10배 이상 뛰며 유럽 미술계의 어엿한 중견 작가로 자리잡았다. 수중 조각은 해초들의 든든한 지지대이자 물고기들의 편안한 쉼터가 됐다.그가 2019년 수중 조각을 설치한 바닷속을 모티브로 꾸민 전시가 한국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마린 와일드파이어&언더워터 포레스츠’다. 이번 전시는 콤테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여는 개인전이다.
전시장에서는 흰 대리석으로 제작한 그의 선인장 부조 작품들과 함께 갤러리 벽면을 장식한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매끈한 질감의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부조 작품 측면에는 작품명이 새겨져 있다. “선인장조차 기후변화에서 안전하지 않을지 모른다” 등 신문 헤드라인에서 따온 문구들이 대부분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자연 환경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벽화를 제작했다”며 “관객들이 환경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체감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갤러리 벽면 전체를 메운 물결 무늬 벽화 작업은 인상적이다. 안타까운 건 전시장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이다. 좁은 공간 탓에 물결 무늬 작업이 착시현상을 일으켜 어지러움증을 유발한다.
개별 작품이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도 아쉽다. 맥락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면 작품들은 환경 보호라는 식상한 주제의 대리석 부조로 오인될 수 있다. 전시는 7월 22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