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칵테일·수입술로 '레드오션' 뚫는 카페들

시장포화에 '술카페' 확산

'커피 점포' 10만개 사상 최다
생존 2년 불과…이색사업 등장

파스쿠찌, 주류판매 확대 추진
골목 카페서 커피 칵테일 인기
유자청을 넣은 하이볼 에스프레소, 보드카를 섞은 드립커피, 스카치위스키 콜드브루….

커피에 다양한 술과 재료를 더한 커피 칵테일이 새로운 카페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맥주, 와인 등의 주류를 판매하거나 커피 칵테일을 제조해 메뉴를 다양화하는 카페가 느는 추세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카페 시장이 주류와 접목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스쿠찌, 에스프레소바 확대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 계열 카페 프랜차이즈 파스쿠찌(사진)는 지난달 열린 가맹사업 설명회에서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에스프레소바 사업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파스쿠찌 관계자는 “일부 매장에서 주류 판매를 시범 운영한 결과 시장성을 확인했다”며 “가맹사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스쿠찌는 500여 개 매장 중 50여 곳을 맥주, 와인 등 주류 판매가 가능한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센트로서울점, 양재점, 부산 해운대 엘시티점 등 세 곳에선 커피 칵테일 등을 판매하는 에스프레소바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들 세 개 매장에서 칵테일 메뉴의 올해 1~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증가했다.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메뉴가 있는 복합매장 5곳에서 와인과 맥주를 팔고 있다. 스타벅스는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있는 더북한산점에서 코냑향을 가미한 하이볼 스타일의 ‘북한산 레몬 얼 그레이 블렌디드’ 음료를 최근 출시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말 선보인 위스키향 콜드브루는 재료 소진으로 동나기도 했다.

독특한 커피 칵테일과 각종 주류를 판매해 ‘핫플’로 떠오른 독립 카페도 늘고 있다. 서울 합정동의 ‘그로니’는 아일라 위스키를 넣은 에스프레소 마티니 등 개성 있는 커피 칵테일로 유명하다.

용산구 ‘샤넌 서울’은 아이리시커피가 대표 음료다. 아이리시커피는 커피에 위스키를 넣고 휘핑크림을 얹은 대표적인 유럽식 커피칵테일이다. 에스프레소바에서 커피칵테일을 파는 망원동 ‘무슈부부 커피스탠드’ 등도 애호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개성 추구하는 식음료 문화 확산

이처럼 ‘술 카페’가 퍼지는 건 소비자 취향이 다양화한 결과라는 게 커피업계의 분석이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선 커피와 주류를 함께 제공하는 카페가 보편화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 사이에서 칵테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가볍게 술 한 잔을 즐기려는 문화가 확산하는 것도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술을 마시게 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카페가 주류를 판매하기 위해 별도의 면허를 받아야 하는 건 업체로선 넘어야 할 벽이다. 휴게음식점이 아니라 일반음식점 영업 허가가 필요하다. 이런 제약으로 한 커피 프랜차이즈는 주류 판매를 추진했다가 가맹점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아 계획을 접기도 했다.

전국에 운영 중인 카페는 10만 개에 이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커피 및 음료점업 점포 수는 전년 말보다 17.4% 증가한 9만9000개로 역대 최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카페 매장당 평균 생존 기간이 2년 정도에 그칠 정도로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고 있다”며 “카페 산업이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 주류 판매 등 새로운 형태의 사업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