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車 공장 없이도 모빌리티 강자 된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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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이공계 출신은 車 SW 백지상태“유명 대학 이공계를 졸업한 신입사원 상당수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선 ‘백지상태’입니다.”
정부가 앞장서 인력양성 주도해야
배성수 산업부 기자
최근 만난 모빌리티 SW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정보기술(IT) 업종과 비교해도 전문가가 현저히 적은 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학부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도 신입이 현업에서 할 수 있는 건 기본적 코딩 정도”라고 귀띔했다. 영어로 치면 알파벳을 뗀 유치원생이 수능시험을 보러 나온 것 같다는 얘기로 들렸다. 5대 IT 기업인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로 개발자들이 빨려 들어가면서 구인난은 더 심해졌다고 한다. 어렵게 신입을 뽑아도 정작 일을 가르치느라 ‘하세월’이란다.전기차와 커넥티드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이 현실화하면서 하드웨어(HW)를 제어할 수 있는 SW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자율주행과 무선소프트웨어업데이트(OTA), 전용 플랫폼 등 각종 SW 기술이 아우러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세계 모빌리티 SW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특이한 건 이스라엘엔 자동차 공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 내비게이션 업체인 웨이즈와 뛰어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술력을 갖춘 모빌아이가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1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 정책이 결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은 관련 분야 종사자 1만여 명이 함께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육성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업과 학계가 교류하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하는 등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 정부도 로드맵은 거창하게 세워놨다. 2025년부터 UAM 상용 서비스를 시작으로 2027년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2030년 UAM 전국 상용화 등을 목표로 잡아놨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SW 인력 수급 계획을 찾아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고려대를 비롯해 10여 곳의 주요 대학이 미래 모빌리티 관련 학과를 운영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인력 수요를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마다 직접 외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준비생을 ‘입도선매’해야 할 판이다.
기업의 모빌리티 SW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SW 인력 수급 부담을 온전히 기업에 전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모빌리티 SW 인력 양성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