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하겠다더니…또 방탄 뒤에 숨은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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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석·이성만 체포안 부결‘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167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던지며 다시 한번 ‘방탄 국회’를 연출한 결과다. 직전까지도 두 의원의 탈당을 종용하며 ‘방탄 국회를 청산하겠다’던 민주당 의원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방탄 국회' 청산하겠다던 민주당
"두 의원 구속 땐 후폭풍" 우려에
친명·비명 막론하고 '무더기 반대표'
한동훈 "票 사고파는 건 범죄
13일 결과 국민이 지켜볼 것"
민주당 의원 중 10여 명만 ‘체포 찬성’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열고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무기명 표결했다. 윤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총투표수 293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45표, 기권 9표로 부결됐다. 이 의원은 찬성 132표, 반대 155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윤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캠프 소속 중진 의원으로서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6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이를 20개의 돈봉투로 쪼개 야당 의원 20명에게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100만원을 주고, 민주당 지역 본부장들에게 총 1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체포동의 요청 이유 설명을 통해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은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오늘 표결의 결과는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민주당은 167명의 의원 가운데 10여 명만이 가결에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당론으로 가결 투표를 결정한 국민의힘(113석)과 모든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겠다는 원칙을 세운 정의당(6석), 돈봉투 의혹을 강하게 비판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 내 이탈표는 각각 11표(이성만)와 18표(윤관석)로 집계된다.
野, 檢 두려워 방탄 펼쳤나
당초 민주당은 당론 없이 “의원들 각자의 양심에 따라 표결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의원들 사이에서는 검찰 수사가 진전되는 가운데 두 의원이 구속돼 입을 열면 상당한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을 보면 자신들이 돈봉투를 받은 의원들의 이름을 파악하고 있고, (송영길 전 대표의) 경선 상대였던 홍영표 의원 캠프도 의원 및 지역조직에 현금을 살포했다고 단정 짓고 있다”며 “계파를 막론하고 두 의원을 지켜야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당론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당내 혁신을 놓고 다투던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가 단합해 동료 의원 감싸기에 나서면서 쇄신 동력도 떨어지게 됐다. 비명계는 이재명 대표와 송 전 대표 사이의 커넥션을 제기하며, 이 대표가 돈봉투 의혹 대처에 미온적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된 박광온 원내대표는 윤 의원과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돈봉투) 사건은 끝나지 않았고, 민주당은 최선을 다해 쇄신하고 변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자율 투표 운운할 때부터 통과시킬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며 “국민적 분노도 외면하는 민주당이 무슨 혁신을 하나”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입장문을 내고 “구속 사유가 충분함에도 법원의 심문 절차가 진행될 수도 없게 돼 유감”이라며 “관련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해 사안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