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쟁 준비하나…시진핑 "극단적 시나리오 대비하라"

3월 양회서 "미국이 우리를 봉쇄" 발언 후
미·중 충돌 상정한 극단적 발언 이어져
서방 제재 대비한 경제계획 수립 지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근 강경 발언이 미·중 전쟁 등 극단적인 충돌을 대비하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30일 중앙국가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우리는 최악의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며, 강풍, 거친 물결, 심지어 위험한 폭풍우라는 중대한 시험을 견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내몽골 한 산업단지를 시찰했을 때는 내수 시장 성장과 관련해 "극한 상황에서도 국가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WSJ은 이같은 시 주석의 최근 발언에 대해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격화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표현을 쓰며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할 것을 두 차례나 촉구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연설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우리에게 전방위적인 억제, 봉쇄, 탄압을 가해 국가 발전에 전례 없는 가혹한 도전을 가져왔다”고 말한 뒤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서슴없이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외교정책학자인 진칸롱은 공산당 산하 언론인 글로벌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극단적 시나리오는 전쟁의 위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 뉴스레터 시노시즘의 저자인 빌 비숍은 시 주석의 언어에 대해 "위험과 위기의식, 대비의 필요성을 크게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시 주석은 최근 측근인 허리펑 부총리와 전임자인 류허 전 부총리 등에게 서방 제재가 강화될 경우에 대비해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고 중국 정책 고문들은 전했다. 또 상하이에서 후난성에 이르기까지 지방정부 사이에서 '극단적 상황에 대비해 시스템을 준비하겠다'는 다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같은 시 주석의 발언은 양국 관계가 노골적인 갈등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을 설치하기를 원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과 반대된다고 WSJ은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8일로 예상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이 양국 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지로 평가가 나온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갈등의 심화도 시 주석의 강경 발언과 연관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해 중국 전투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침입이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 함정이 150야드(137m)까지 접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시 주석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임무는 중국을 외부의 취약성으로부터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 주석이 중국의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긴박감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