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랑, 어느 쪽을 택할까?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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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앤드 러브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1970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강의하던 서른 살의 노동경제학자 마이라 스트로버도 그랬다. 그는 절대 종신교수가 될 수 없을 거란 통보를 받았다. 어린아이를 2명 키우는 엄마라는 게 이유였다.
마이라 스토로버 지음
이기동 옮김
프리뷰
416쪽|2만원
스트로버는 학교에 ‘노동과 가정’이란 주제의 세미나 강의를 개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세미나는 호평을 받았고, 정식 과목으로 채택됐다. 2년 뒤엔 조교수 자리까지 제안받았다. 그는 이를 거절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최초의 여성 정교수로 임용됐다. 여기서도 이어간 ‘노동과 가정’ 강의는 그가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큰 인기를 누렸다.
<머니 앤드 러브>는 그 강의를 토대로 스트로버 교수와 그의 제자였던 애비 데이비슨이 함께 쓴 책이다. 경제학자가 썼지만 머리 아픈 경제 분석과는 거리가 멀다. 짝을 찾는 법, 결혼, 아이 갖기, 가사 분담, 맞벌이와 육아, 노년의 삶 등에 관해 매우 실용적인 조언을 건넨다.
마이라 스토로버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큰 틀은 있다. 저자가 고안한 ‘5C 프레임워크’ 접근법이다. 5C란 명확히 하기(Clarify), 소통하기(Communicate), 대안 알아보기(Consider a broad range of choices), 다른 사람의 의견 듣기(Check in), 예상 결과 따져보기(Explore likely Consequnces)를 말한다. 사랑을 앞에 두고도 논리적이고 차분하게 상황을 따져보라는 게 요지다. 명확히 하기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은 누구나 ‘모방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지, 대학원 진학을 선택할지 고민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진로 때문에 두 사람 관계를 아끼는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키진 않을지, 아니면 현대 여성이라면 마땅히 사랑보다 자기 꿈을 좇아야 하는 건 아닐지 신경 쓰인다. 이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걸 알아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꼭 양자택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양자택일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면 여러 선택지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대안을 잘 알아봐야 한다. 저자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능한 대안을 광범위하게 올려놓고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경영대학원을 다니면서 아이를 낳은 부부의 사례가 나온다. 둘은 대형 투자은행 입사를 제의받는데, 그러면 출장을 많이 다녀야 했다. 입주 보모를 구하려 면접을 몇 명 봤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몇 주 동안 심사숙고한 끝에 부모와 가까운 곳에 살기로 했다. 그 투자은행이 부부의 고향인 중국 상하이에 지점을 두고 있기에 가능했다.
경제학자답게 각종 연구 결과와 통계도 곁들인다. 모든 대안을 동시에 놓고 검토하는 게 각 대안을 순차적으로 검토하는 것보다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데이트 앱에서 최고의 짝을 찾기 위해 계속 헤매는 짓을 그만두라고 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른 만큼 책은 정답을 알려주진 않는다. 대신 각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연애도, 결혼도, 육아도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시대에 꽤 괜찮은 조언을 건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