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vs 곰' 누가 이길까…美증시 두고 월가 '베팅 전쟁'

강세론 대표 골드만삭스 "S&P500 4500 간다"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간 등도 '랠리 지속' 전망
모건스탠리는 약세론 펴 "기업 실적 악화 우려"
월가에서 강세장에 들어선 S&P500지수의 운명을 두고 상반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더 강한 랠리에 베팅하는 ‘황소’(강세론자)와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약세장을 우려하는 ‘곰’(약세론자)이 팽팽히 맞붙었다.

대세는 황소들에게 넘어간 분위기다. 골드만삭스가 선봉에 섰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투자은행(IB)은 지난 9일 S&P500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4000에서 4500까지 대폭 상향했다. 지금껏 랠리를 주도했던 기술주를 다른 종목들이 뒤따라 잡기 시작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S&P500지수가 강세장에 들어선 이후 선두 종목의 열기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던 사례는 1980년 이후 9차례 있었다”며 “밸류에이션 재평가에 따른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골드만삭스의 편에 섰다. BoA는 S&P500지수가 “1분기 동안 발표된 주요 경제 지표들의 강세에 힘입어 ‘걱정의 벽’(고평가를 우려하면서도 상승장이 계속되는 현상)을 넘어섰다”며 내년 여름께 49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역사적으로 강세장 진입 시점으로부터 1년 뒤 S&P500지수가 평균 9.4% 상승했다는 데이터에 기초해서다. BoA는 이 지수가 4200선을 넘어선 뒤부터 시장에 포모(FOMO‧소외감) 심리가 확산하면서 ‘순환적’(cyclical) 강세장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1929년 이후로 이런 장세는 평균 33.6개월 지속되며 114.4%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자료=블룸버그통신.
JP모간은 13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기점으로 S&P500지수가 한 차례 더 급등할 것이란 과감한 전망을 내놨다. CPI가 4.0~4.2% 범위에 머무를 경우 지수가 0.75~1.25% 더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이다. JP모간은 4.0~4.2% 시나리오가 실현될 확률이 40%로 가장 높다고 봤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약세장 종료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S&P500지수가 24% 오른 뒤 상승세가 꺾여 최저점을 경신했던 사례가 있다는 반박이다. 마이클 윌슨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상황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가능성을 고려할 때 S&P500지수는 올해 16% 내리막길을 걸은 뒤 내년이나 돼야 회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15% 가까이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1%가량 빠질 거라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라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