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가 덜 생산적이다?…사무실 복귀 '진통' 해법은 [긱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나갔지만, 사무실 복귀를 놓고 진통은 여전합니다. 생산성 문제를 들며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기업과 재택·원격 근무 선택권을 뺏긴 구성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파업 등 단체행동에 나서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합니다. 추가영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가 사무실 복귀 진통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설명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입장이 강경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도 사무실 근무 복귀를 추진해왔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이 재발하고, 고용시장에 인력난이 증가한데다가 '대퇴사의 시대' 여파로 번번이 무산됐다.올 들어선 상황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방역 조치가 해제됐고, 경기 침체의 여파로 고용 시장도 둔화 조짐을 보인다. 고용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회사와 구성원 간의 '역학 관계'도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재택·원격 근무를 포기하고 사무실 근무를 선택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던 것에서 평가 및 보상에 사무실 근무를 연계하는 강경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대형 로펌인 데이비스 폴크앤워드웰 LLP는 일주일에 최소 3일 출근하지 않을 경우 상여금을 깎겠다고 밝혔고, 투자은행 JP모간은 사무실 출근율을 성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알렸다.


구성원 반발 거센 이유


문제는 재택·원격 근무가 확대되는 동안 회사와 구성원의 입장 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회사는 방역에 따른 불가피한 일시적 조치였다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구성원들은 새로운 근무 장소와 방식에 적응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회사들이 재택·원격 근무를 복지로 홍보하면서 간극이 더 커진 측면도 있다.특히 팬데믹 기간 입사해 근무 기간 내내 원격으로 근무한 구성원의 경우 근무조건이 급격히 바뀌면서 근로계약이 변경된 것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근무 환경의 변화가 사무실과 먼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등 생활의 변화를 수반하기도 했고, 일과 삶의 균형과 우선순위의 조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무실 근무 복귀에 대해 회사는 엔데믹에 따른 정상화, 구성원들은 일하는 방식이 미래에서 과거로 역행하는 조치라는 '동상이몽'을 꾸게 된 것이다.

상황 인식의 차이는 갈등을 심화하는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존, 애플의 구성원들은 사무실 출근 의무화를 철회하고 유연 근무제를 유지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공공부문에서도 미국 연방 공무원 노조가 ‘출근 강제' 입법화에 반발했고, 캐나다 공무원들도 임금 인상과 재택근무를 요구하는 파업에 나서는 등 단체행동이 늘었다. 국내에선 재택 근무일을 축소하거나 사무실 전면 출근으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익명 커뮤니티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노조에 가입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회사는 사무실 복귀는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는가 하면, 구성원들은 이미 누리고 있던 근무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근무의 자유를 뺏길 수 없다는 접근이다. 회사의 ‘권위주의적 명령’에 대한 구성원들의 심리적 저항감이 발동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무실 근무가 더 생산성이 높다?


회사가 사무실 근무 복귀를 밀어붙이면서 주로 내세우는 이유는 ‘생산성'이다. 하지만 재택·원격 근무의 생산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엇갈리는 데다, 생산성에 대한 리더와 구성원의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재택·원격 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형태의 하이브리드 근무 상황에서 ‘자기 팀이 생산적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한 리더의 비율이 12%에 그치는 데 반해 자신이 생산적이라고 응답한 구성원의 비율은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콜라스 블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단체 WFH 리서치의 연구에서도 관리자는 재택근무에 따라 생산성이 3.5% 감소한다고 생각했지만 구성원들은 생산성이 7.4%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이 간극을 ‘생산성 편집증(productivity paranoia)’으로 설명했다. 구성원이 업무에 시간을 쓰고 있지만 이를 직접 보지 못하면 믿지 못하고 편집증적으로 확인하려 하는 리더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다. 아일릿 피시바흐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물리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일이 더 빨리 마무리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생산성을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는 리더에 대해 구성원들은 ‘신뢰 부족'이란 볼멘소리로 대응하게 되는 것이란 설명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커뮤니케이션


회사와 구성원 간 인식 차이가 문제의 원인이기에 해법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근무 제도는 업무 방식과 상황,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불변의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구성원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에서 나아가 단체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회사의 임의적 결정에 따른 일방적, 기습적 통보에 대한 반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여겨 적극적인 권익 보호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구성원들을 ‘억지로 사무실에 앉혀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공감을 얻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임의적 결정에 따른 일방적, 기습적 통보'와 반대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 원칙을 세우고 동의를 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1. 근무 제도 변화에 대한 원칙 수립

최근 몇 년간 팬데믹으로 인해 업무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고, 이에 따라 제도의 변화도 빈번했다. 방역 조치, 고용시장의 변화 등에 따라 대응적으로 제도를 바꾸어 왔기 때문에 ‘원칙 없는 잦은 변화'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구성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제도 변화의 의미와 이유를 공유하고, 변화의 배경으로서 일하는 방식에 대한 원칙, 생산성에 대한 정의 및 측정 방법을 밝혀야 한다.

2.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일관된 소통

기업들이 팬데믹 동안에는 근무 제도 및 정책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당초 입장을 번복하기도 했던 만큼, 팬데믹 이후 업무 규칙의 변경이 있다면 공식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또 경영진과 직속 리더가 일관된 내용으로 구성원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직속 리더는 재택·원격 근무 당시 생산성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경영진이 갑자기 실적 완화의 원인을 재택·원격 근무 탓으로 돌리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3. 사무실 복귀에도 ‘리온보딩’ 필요

많은 조직이 꽤 오랜 기간 재택·원격 근무를 허용해왔기 때문에 장기 근속자들도 마치 신입처럼 사무실에서의 근무가, 대면 커뮤니케이션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온보딩(onboarding)이 신입 구성원이 조직에 빠르게 적응해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안내하고 업무에 필요한 정보와 기술 등을 교육하는 과정이라면, 출산·육아·파견·병가 등의 사유로 장시간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구성원이 조직에 다시 동화되는 과정을 가리키는 리온보딩(re-onboarding)이 필요한 이유다.

사무실 복귀에 따른 리온보딩이라면 새로운 업무 환경에 문화적으로 기대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구성원들이 적응에 필요한 정보와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사무실 근무로 전환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 시간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상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는 편이 좋다.

4. 변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피드백 청취절대적으로 좋은 근무 제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변화된 제도에 대한 만족도 서베이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피드백을 청취하는 것이 필수다. 만약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다면,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혀야 진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추가영 | 레몬베이스 콘텐츠 리드(Content & Communications Lead)
일하는 사람들이 성과를 내고 성장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스타트업 레몬베이스에서 쌓은 지식을 콘텐츠에 담아 널리 알리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레몬베이스에 합류하기 전엔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며 창업 정책, 혁신 기업을 일군 기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으며 넷플릭스의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담은 『파워풀』을 번역했다. 이후 혁신을 이끄는 사람과 문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