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학·과학 영재 죄악시…인재 고사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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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과학 올림피아드가 교육부에 의해 죄악시되기 시작한 지가 13년이 넘었다. 완전히 몰락 직전이다."
지난 20여 년간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학생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13일 이렇게 호소했다. 송 교수는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영재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여는 제211회 원탁토론회에 참여해 발표한다. 한림원은 올해 과학고 설립 40주년, 영재고 설립 2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국제과학올림피아드는 20세 미만 학생들이 매년 한 자리에 모여 수학, 물리, 화학, 정보, 생물, 천문, 지구과학 등에서 지식을 겨루는 대회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들 대회 수상 실적을 상급학교 진학시 가산점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송 교수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국 영재교육 대상자는 지난해 7만2518명으로 10년 전(2013년 12만1421명)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가 648만1492명에서 527만5054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영재교육 규모 축소 추이가 여실하다. 지난해 전체 학생 수 대비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은 1.37%다. 10년 전(1.87%)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영재교육 기관은 1486곳으로 같은 기간 3011곳에서 50.6% 감소했다. 서울과학고 등 영재고 8곳, 과학고 20곳, 영재교육원 340곳, 영재학급 1118곳을 합한 수치다.송 교수는 "일부 과학고만 1류 영재학교로 인식되고 나머지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2류, 3류로 치부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별을 없애고, 너무 많은 과학고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는 영재고는 과학고와 선발 방식, 과목 운영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 교사 등을 지낸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역시 영재교육의 내실을 위해 정원 축소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재학교는 설립 취지로 볼 때 의대 진학을 '절대 불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영재학교 입학시 의대 지원 포기 각서 제출, 의대 진학시 장학금 환수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어 중도 이탈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 센터장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영재학교 입학을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영재학교는 30단위 이상 고교 수학을 15시간 이하로 압축해 운영하고, 남은 시간에 대학 수학 전공과목인 정수론이나 선형대수까지 개설한다"며 "이런 속진 과정은 중학생 이하에게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내 사교육 과열지구에선 고3 수학을 배우는 시점이 초등학교 6학년인 경우가 다반사란 것이다.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은 "많은 사람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말로 영재교육의 현주소를 요약했다. 그는 "현재 영재교육은 특수교육의 일환인 재능교육과, 국가 발전을 위한 인재 육성 가운데서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라며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지난 20여 년간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학생대표단을 이끈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13일 이렇게 호소했다. 송 교수는 1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영재교육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여는 제211회 원탁토론회에 참여해 발표한다. 한림원은 올해 과학고 설립 40주년, 영재고 설립 2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국제과학올림피아드는 20세 미만 학생들이 매년 한 자리에 모여 수학, 물리, 화학, 정보, 생물, 천문, 지구과학 등에서 지식을 겨루는 대회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들 대회 수상 실적을 상급학교 진학시 가산점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송 교수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한국 영재교육 대상자는 지난해 7만2518명으로 10년 전(2013년 12만1421명)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초·중·고 학생 수가 648만1492명에서 527만5054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영재교육 규모 축소 추이가 여실하다. 지난해 전체 학생 수 대비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은 1.37%다. 10년 전(1.87%)보다 0.5%포인트 감소했다.
지난해 영재교육 기관은 1486곳으로 같은 기간 3011곳에서 50.6% 감소했다. 서울과학고 등 영재고 8곳, 과학고 20곳, 영재교육원 340곳, 영재학급 1118곳을 합한 수치다.송 교수는 "일부 과학고만 1류 영재학교로 인식되고 나머지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2류, 3류로 치부되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별을 없애고, 너무 많은 과학고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초·중등교육법 적용을 받지 않는 영재고는 과학고와 선발 방식, 과목 운영 등에서 차이가 있다.
한성과학고, 세종과학고 교사 등을 지낸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 역시 영재교육의 내실을 위해 정원 축소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재학교는 설립 취지로 볼 때 의대 진학을 '절대 불가'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영재학교 입학시 의대 지원 포기 각서 제출, 의대 진학시 장학금 환수 등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강제력은 없어 중도 이탈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 센터장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영재학교 입학을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영재학교는 30단위 이상 고교 수학을 15시간 이하로 압축해 운영하고, 남은 시간에 대학 수학 전공과목인 정수론이나 선형대수까지 개설한다"며 "이런 속진 과정은 중학생 이하에게 선행학습을 유도하는 나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내 사교육 과열지구에선 고3 수학을 배우는 시점이 초등학교 6학년인 경우가 다반사란 것이다.정현철 KAIST 과학영재교육연구원 원장은 "많은 사람이 열심히 노를 젓고 있지만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있다"는 말로 영재교육의 현주소를 요약했다. 그는 "현재 영재교육은 특수교육의 일환인 재능교육과, 국가 발전을 위한 인재 육성 가운데서 어떤 것도 달성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라며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