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잊은 맹견 '불독'…다음 사냥감은 쵸비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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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지난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시즌 김대호(씨맥) 광동 프릭스 감독은 연이은 패배로 힘들어하는 팬들에게 “서머에 오라”라며 여름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머 스플릿 개막 후 단 한 번의 세트 패배도 허용하지 않으며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2연승을 달리며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광동은 오늘 ‘디팬딩 챔피언’ 젠지 e스포츠와 맞대결을 펼친다.선수들의 이름값, 최근 성적을 봤을 때는 젠지의 우세가 점쳐진다. 젠지는 쵸비(정지훈), 피넛(한왕호), 도란(최현준) 등 베테랑 선수들이 포진해 있고 바텀 라인의 페이즈(김수환), 딜라이트(유환중)도 지난 시즌 제 몫을 다하며 스프링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두 팀은 지난 2023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두 번의 대결 모두 3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또한 2라운드에는 광동이 젠지를 세트 스코어 2 대 1로 잡아내는 저력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 스프링 보다 더 좋은 기세까지 갖춘 광동이 또 한 번 젠지를 이기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양 팀 간 대결은 김대호 감독이 키운 수제자들 간 대결이 펼쳐진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김대호 감독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그리핀에서 감독으로 활동하며 쵸비와 도란을 발탁해 성장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우선 탑 라인에선 두두(이동주)와 도란이 맞붙는다. 두두는 지난 8일 DRX와의 경기에서 크산테로 맹활약을 펼치며 김대호 감독에게 “롤의 신이 대신 플레이했다”라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서머 시즌 팀에서 상수 역할을 담당하며 좋은 폼을 보이고 있다. 도란 역시 KT 롤스터의 기인(김기인), T1의 제우스(최우제) 등 걸출한 탑 라이너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불독(이태영)과 쵸비가 대결을 펼치는 미드 라인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불독은 2023 시즌 LCK 무대에 처음 데뷔한 2005년생 신인 선수다. 하지만 신인답지 않은 넓은 챔피언 폭과 좋은 한타 능력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15분까지 골드 격차가 889로 LCK 미드 내 1위이고 상대를 잡아내는 데 기여한 킬 관여율도 78%로 2위다. 라인전 단계는 물론 플레이 메이킹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소위 ‘육각형 미드’라고 불리는 쵸비를 상대로도 불독이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여부가 승패를 가를 전망이다.
주목할 챔피언은 아지르와 트위스티드 페이트다. 2주 차 경기부터 13.11 패치 버전으로 진행되는 만큼 해당 패치에서 상향을 받은 두 챔피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쵸비의 경우 아지르를 현재까지 54판 플레이해 선수 생활 중 가장 많이 사용한 모스트 픽이다. 승률도 66.7%로 준수해 언제든 꺼내들 수 있다. 불독 역시 두 챔피언을 모두 연습 중이다. 13일 기준 지난 일주일간 솔로 랭크에서 아지르와 트페를 각각 5판씩 꺼내 들며 집중적으로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광동은 오는 17일 한화생명e스포츠와 대결을 펼친다. 2주차에 연이어 강팀을 만나는 만큼 지금의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 실력임을 증명해야 한다. 젠지는 16일에 상대적 약 팀으로 꼽히는 농심 레드포스를 만나는 만큼 높은 순위를 위해 확실한 승수를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