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부터 술집 꽉 찼다…2030사이 입소문난 '핫플'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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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감성'·'저렴한 가격' 통한 '전통시장'
서울 신당시장 MZ 방문객 117% 급증
위생·청결·상인들 태도 등 해결 필요성
가수 성시경이 방문해 2030 '핫플'로 자리잡은 신당시장 내 음식점. /사진=김세린 기자, 유튜브 채널 '성시경' 캡처
12일 낮 서울 신당동 신중앙시장(신당시장)의 한 주점. 평일 대낮임에도 20대, 30대로 보이는 사람들로 좌석은 가득 차 있었다. 점심 시간부터 막걸리와 함께 전을 먹는 사람들이었다. 이곳 뿐 아니라 인근의 다른 식당들도 자리가 만석인 탓에 대기줄이 있는 곳이 여럿이었다.

전통시장이 젊은 세대들의 '힙'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치부됐던 전통시장이 최근엔 MZ세대의 '신흥 놀이터'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다. 저렴한 가격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찐'(진짜) 맛집들이 몰려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이들이 몰려온 덕분이다. 이달 BC카드 신금융연구소가 2019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주요 전통시장 15곳의 방문 빈도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신중앙시장(신당시장)의 지난 4월까지 MZ세대 방문율은 2019년 대비 117%포인트 늘었다.
신당시장의 한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신당시장에서 포차식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 윤모 씨는 "예전에는 노인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올해 초부터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자리를 메우는 건 대부분이 20~30대"라며 "야외테이블에서 옛날 분위기와 감성을 즐기려는 분들이 많다. 매출은 지난해 이맘때 대비 올해 1.5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가수 성시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극찬하면서 입소문이 탄 식당의 사장은 "성시경 씨가 촬영하고 난 이후로 '줄 서서 먹는 맛집'이 됐다"며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 오면 '평소 흔하게 먹어보지 못한 맛이라서 신선하고 좋다'고 말해준다"고 전했다.
신당시장 내 '요즘 감성'으로 20~30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가게들. /사진=김세린 기자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MZ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한 아이템이 줄지어 들어선 것도 전통시장의 활기를 더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이곳의 음식점, 카페, 술집 등이 입소문 타면서 밤낮 할 것 없이 인기를 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열풍이 불면서 막걸리 등 전통 술과 전통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상권 회복에 힘을 키웠다. '막걸리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들의 경우 평일에도 1~2시간 정도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신당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반건조 생선을 파는 포차 형태의 음식점, 옛날식 어묵류, 호떡 이런 종류도 20~30대한테 인기가 많은 메뉴"라며 "점포는 작고 허름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특별한 음식을 찾는 재미를 느끼고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일요일에는 SNS, 유튜브 등에서 보고 왔다며 여러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분들이 많이 오신다"고 소개했다.

마냥 웃지 못하는 상인들 속내…앞으로 해결할 과제는

신당시장의 전경. /사진=김세린 기자
젊은층 유입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말 못할 고충도 있다. 시장 내 한 음식점 사장 김모 씨는 "잘 나가는 가게 상인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고 토로했다. 상인회 관계자도 "시장이 잘 될수록 상인들끼리 화목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얼마 전 전통시장에서 판매된 옛날 과자의 가격을 두고 '바가지 논란'이 불거진 것도 상인들의 걱정을 키웠다. 지난 4일 방송된 KBS 2TV '1박 2일'에서는 출연자들이 영양시장에서 옛날 과자를 세 봉지 사려고 하자, 한 상인이 한 봉지에 7만 원을 요구하는 장면이 선보여졌다. 이에 출연자들이 흥정에 나섰고, 그럼에도 14만원을 내고 과자를 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면서 '바가지 논란'이 일었다.

그보다 앞서 요리사업가 백종원이 충남 예산군과 손잡고 지역경제와 전통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진행한 예산시장에서도 인근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으로 다수의 불만이 접수되기도 했다. 신당시장 내에서도 다른 시장들의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격을 '뻥튀기'해서 장사하는 것은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젊은 세대는 특히 그런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그 장소를 찾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시장 내에서) 문제가 되는 일은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신당시장 내 마련된 휴게 공간. /사진=김세린 기자
이와 더불어 시장 내 청결과 보행자 안전 확보 등의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젊은층의 방문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도 나서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디자인 혁신 전통시장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당시장 역시 올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열악한 화장실로 노상 방뇨 민원이 제기되고, 점포 사이를 통행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불편함을 호소했던 사람들이 여럿이었던 만큼, 상인 관계자는 서울시 지원금 100억원 가량을 이용해 편의 시설과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러면서 상인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젊은 층 수요를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설을 아무리 현대화하더라도 상인들이 자기 가족처럼 다가가는 마인드가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라며 "시설만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의 마인드와 가게 내 청결도, 친절한 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