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 찍은 애플…테슬라는 12거래일째 '최장 랠리'

美 기술주 강세…뉴욕증시, 14개월 만에 최고치

AI 열풍에 급등한 엔비디아 이어
헤드셋 '비전 프로' 날개 단 애플
올 41% 뛰며 시총 3조달러 넘봐

'파죽지세' 테슬라, 300弗 육박
북미서 전기차 충전인프라 장악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테슬라는 역대 최장기간인 12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엔비디아에서 시작해 애플과 테슬라로 이어진 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1년2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총 3조달러 넘보는 애플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56% 상승한 183.79달러로 장을 마쳤다. 종전 최고치인 지난해 1월 주가(182.01달러)를 넘어선 기록이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서만 41% 올랐으며 시가총액은 2조8900억달러(약 3708조원)로 3조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애플 주가가 190.73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선 기업이 된다.

테슬라도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12거래일 연속 올랐다. 테슬라가 201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다. 이날만 2.22% 올라 249.83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상승 폭만 103%다. AI 열풍으로 지난달 말부터 강세장을 견인해온 엔비디아는 올 들어서만 175% 올랐다. 이날도 1.84% 뛰며 3거래일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기술주는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해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거시경제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영향으로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되면서 주요 기술주의 주가는 반 토막 났다. 올 들어 분위기가 반전했다. 챗GPT를 앞세운 생성형 AI가 주목받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메타, 엔비디아, 알파벳까지 AI 관련 발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기술주 랠리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14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날 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93% 오른 4338.93에, 나스닥지수는 1.53% 상승한 13,461.92에 각각 마감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4월 21일 이후 14개월 만의 최고치다. 같은 날 다우지수도 0.56% 오른 34,066.33으로 1개월 반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테슬라, 충전 시스템 개방 후 주가 훨훨

애플은 9년 만에 야심 차게 공개한 새로운 유형의 신제품에 대한 평가가 바뀌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비싼 가격(3499달러) 때문에 대중화가 어려울 것이란 비판을 받았다. 공개 직전 장중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애플 주가는 비전 프로 공개 이후 하락 반전했다.이후 1주일이 지나며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애플 특유의 매끄러운 디자인, 충성도가 높은 고객, 한 단계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비전 프로가 다른 가상현실(VR) 혹은 증강현실(AR) 헤드셋보다 낫다는 평가가 이어지며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애플은 경기에 상관없이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웨인 코프만 피닉스파이낸셜서비스 수석애널리스트는 “애플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성장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확신하는 주식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회사의 전기차 충전 시스템이 북미지역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주가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12거래일 연속 상승은 지난달 25일 전기차 경쟁사인 포드가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12일에는 차지포인트홀딩스, 블링크차징, 월박스NV 등 북미지역 전기차 충전 관련 업체들도 테슬라의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 상승세에 불을 붙였다.

테슬라는 충전 시스템을 타사에 개방하면서 다른 브랜드 전기차 소유자로부터도 매출을 늘려갈 전망이다. 파이퍼샌들러는 “다른 브랜드 전기차 소유자로부터 발생할 매출이 2030년 30억달러에 이른 뒤 2032년에는 54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리콘밸리=서기열/워싱턴=정인설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