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국어에서도 만나는 K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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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세계는 K컬처에 대한 애정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한국어 학습 열기로 뜨겁다.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는 세종학당재단 최초의 외국인 홍보대사 3인방 럭키, 알베르토, 다니엘은 한국어에서도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한다.
의사소통에 성공하려면 발음이나 억양, 어휘와 문법도 알아야 하지만, 겉으로 표현되지 않은 속뜻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고 한국어에 담긴 사회문화적 정보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들 3인방은 강조한다. 언어에 담화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사고방식과 세계관, 문화적 특징이 녹아 있음을 경험적으로 안 것이다.일상의 언어 행위에서도 문화 특수성은 감지된다. 인사말을 보더라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과 특징은 그대로 드러난다. 전쟁과 변고로 배고프고 가난했던 과거의 한국에서는 평안과 안녕이 궁금했고, 그래서 인사로 “밤새 평안하셨어요?” “진지 드셨어요?”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가축이 중요한 몽골에서 “당신의 가축은 잘 크고 새끼도 잘 낳느냐?” 같은 인사를 했다는 것도 흥미롭다. 한국인은 또 상대방에 대한 사적이고 개인적인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점심 먹었냐?” “어디 가냐?” 심지어는 “안색이 안 좋아 보인다”처럼 다른 문화권에서는 꺼릴 수 있는 표현을 친밀감의 뜻으로 건네기도 한다. 한국인에게는 럭키, 알베르토, 다니엘 3인방이 이구동성으로 경험했다는 ‘정’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한국어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언어문화적 특징이자 초심자들에게 매우 어려웠던 것은 ‘합쇼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높임 표현이나 알쏭달쏭한 표현들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한 토크쇼에서 입담과 재치가 돋보이는 외국인 출연자가 “부사장님, 다음주에 식사 같이 합시다”라며 상사인 부사장님을 당황하게 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할 때 다른 외국인 출연진은 격하게 공감했다. 한국 생활을 꽤 한 지금은 ‘합시다’ 대신 ‘하는 게 어떠신지요’ 등 대안을 찾아본다고 한다. 또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말이 정확하게 거절한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도 옥신각신했다. “똑 부러지게 단정적인 말로 거절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한 외국인의 말로 토론은 마무리됐다.
이렇게 우리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능숙하게 말하는 외국인이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얼마나 세심한 ‘문화감수성’이 작동한 것일까. 앞으로 문화감수성을 장착한 ‘인공감성지능(AEI)’이 한국어 교육 현장에 투입된다면 지금의 세종학당 인공지능(AI) 한국어 선생님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꾸게 해줄까? 긍정과 희망의 신호를 읽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