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건전성 관리, 디지털 혁신 가속…든든한 대형 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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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저축銀들 1분기 고전했지만저축은행 업계가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국내 대형 저축은행들은 자산 건전성 관리와 디지털 혁신을 강화하면서 경기 방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 등 대형 5곳
주식·채권 운용 통해 실적 방어에 성공
개인 맞춤 금융 서비스로 만족도 높이고
차세대 시스템 오픈, 대환대출에 참여 등
수년간 지속해온 디지털 혁신도 돋보여
○저축銀, 경기침체에도 ‘꿋꿋’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자산 상위 20대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순이익 합계는 -507억원으로 전년 동기(3156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 등 대형 저축은행 5곳은 순이익이 감소하긴 했으나 적자를 내지는 않았다. 이들 5곳의 1분기 순이익 합계는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1610억원)보다 76.5% 줄었다. 반면 나머지 저축은행 15곳은 1분기 8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1445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과 상반된다.상위권 저축은행들이 이처럼 실적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은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는 평가다. 지난 10여년간 수조원에 달하는 자산을 축적해온 이들 저축은행은 본업인 대출 외에도 주식 및 채권 운용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의 배당금 수익은 각각 280억원과 102억원에 달했다. 실제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50% 한도 내에서 주식 등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총자산이 클수록 운용 범위도 넓은 편이다.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1분기 저축은행 업계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6%로 금융당국의 권고비율(11%) 웃돌고 있다”며 “특히 대형 저축은행들은 경기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손실 흡수 능력과 유동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 노력도 가속화
대형 저축은행들은 지난 수년간 지속해온 디지털 혁신 작업의 고삐도 죄고 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2019년 출시한 생활밀착형 금융 플랫폼 ‘사이다뱅크’로 인기몰이에 나섰다. 지난 3월 기준으로 12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은 사이다뱅크는 다양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커플이나 부부 등 특정 상대방 1인을 지정해 내가 보유한 계좌를 선택적으로 공유하는 사이다뱅크 커플통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보유 중인 계좌를 커플통장으로 설정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둘이서 함께 입출금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예금이나 적금 납입도 보통 입출금통장과 똑같이 커플통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의 통장을 마치 여러 개의 통장으로 나누어 사용하는 통장 쪼개기 서비스도 호평을 받고 있다.OK저축은행은 최근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상품, 개인·기업여신, 채권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여신 시스템 운영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 및 영업채널 확대, 안정적인 제휴서비스 지원 등 기능도 개선됐다. 차세대 시스템 오픈을 기념해 최고 연 4.51%(9일 기준)의 금리를 제공하는 ‘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도 선보였다. 만기는 3년이지만 가입 기간이 1년만 넘어도 중도해지 손해 없이 정상 이율을 받을 수 있다. OK저축은행을 대표하는 파킹통장인 ‘OK읏백만통장Ⅱ’는 하루만 맡겨도 최고 연 5%(세전)의 이자를 준다.
웰컴저축은행은 금융위원회 주도로 이달 선보인 ‘대환대출 인프라 사업’에 저축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금리 비교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해당 플랫폼에서 각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비교하고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회사를 골라 대환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웰컴저축은행은 저축은행 중 가장 먼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 인가를 획득하고 ‘웰컴마이데이터’란 플랫폼을 통해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웰컴마이데이터 대출비교는 출시 1년 만에 월 이용자가 다섯 배 이상 증가했고 제휴 금융사도 24개로 늘어나는 등 지난 1년 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월별 대출심사 승인율 역시 지난해 6월 32%에서 반년 만인 올해 1월 43%까지 상승했다.페퍼저축은행은 모바일 뱅킹 앱 ‘페퍼루’를 인공지능(AI) 기술로 고도화한 ‘디지털페퍼’를 선보였다. 고객이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비대면 계좌개설, 간편인증, 간편이체, 자동심사 신용대출 등 기능이 탑재됐다. 페퍼저축은행은 금융 사기범이 소비자의 가족·지인을 사칭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없도록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팀 모니터링 전담 직원을 충원하기도 했다. 명의 도용 계좌의 가입 유형과 유사한 방식으로 가입한 계좌들을 추적해 사기 이용 계좌로의 출금 건수를 크게 줄였다. 페퍼저축은행은 친환경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에게 금리 인하 혜택을 주는 ‘페퍼그린파이낸싱’ 프로그램을 비롯한 각종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