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속 결격 사유 넓힌 '구하라법' 추가 발의 [입법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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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계 혈족이나 배우자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상속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민법 개정이 추진된다. 3년 전 발의된 민법 개정안(일명 구하라법)과 같은 취지지만, 대상과 요건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평가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부양 의무와 상속 결격 사유를 연계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14일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을 비롯해 국민의힘 조경태 홍문표 의원도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규정한 민법 1004조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다섯 가지다.
피상속인·직계존속·배우자 등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사기·강박을 통한 △유언 방해 △유언서 위조·변조·파기 등이다. 이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민법을 통해 상속권을 보호하고 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이 다섯 가지 조건에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28년간 연락조차 없던 천안함 사망 군인의 생모가 부모 자격으로 군인사망보상금을 수령한 사례가 있었다"며 "피상속인 자녀와 유대관계가 없는 부모가 상속재산을 상속받는 것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적용은 법 시행 이후 상속이 시작된 경우부터로 정했다.
국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 이른바 구하라법을 발의했다. 한 해 앞서 가수 구하라 씨 사망이 법 개정 논의의 불씨를 당겼다. 사망한 구 씨의 친모가 12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면서다. 구 씨의 오빠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부친에게 60%, 친모에게 40%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서 의원안은 상속 결격 사유 대상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로, 윤 의원안은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로 다소 차이가 있다.
둘 다 '상속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상속 재산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개정안이지만, 실제 개정까진 넘어야 할 점이 있다.서 의원안의 경우, '현저히 게을리한 자'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민법에 해당하는 상속 결격 사유는 모두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객관적 행위와 고의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현저히'와 '게을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민법 개정안이 개정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유사한 취지로 6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 필요성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개정이 이뤄지진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당시에도 '부양의무의 현저한 해태'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속결격사유를 신설할 경우 상속 관계에 대한 법적 불안전성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법무부는 '부양 의무'를 기준으로 상속 결격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까지 부양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부양 의무와 상속 결격 사유를 연계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14일 대표 발의했다. 윤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을 비롯해 국민의힘 조경태 홍문표 의원도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인의 결격 사유'를 규정한 민법 1004조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현행 민법에 따르면 상속인이 되지 못하는 경우는 다섯 가지다.
피상속인·직계존속·배우자 등에 대한 △살인 △살인미수 △상해치사, 사기·강박을 통한 △유언 방해 △유언서 위조·변조·파기 등이다. 이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민법을 통해 상속권을 보호하고 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이 다섯 가지 조건에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를 추가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28년간 연락조차 없던 천안함 사망 군인의 생모가 부모 자격으로 군인사망보상금을 수령한 사례가 있었다"며 "피상속인 자녀와 유대관계가 없는 부모가 상속재산을 상속받는 것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의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적용은 법 시행 이후 상속이 시작된 경우부터로 정했다.
국회에서 이같은 논의가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20년 6월 같은 취지의 민법 개정안, 이른바 구하라법을 발의했다. 한 해 앞서 가수 구하라 씨 사망이 법 개정 논의의 불씨를 당겼다. 사망한 구 씨의 친모가 12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면서다. 구 씨의 오빠가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부친에게 60%, 친모에게 40%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서 의원안은 상속 결격 사유 대상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로, 윤 의원안은 '피상속인의 직계혈족 또는 배우자로 피상속인에 대해 유기·학대한 자'로 다소 차이가 있다.
둘 다 '상속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상속 재산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개정안이지만, 실제 개정까진 넘어야 할 점이 있다.서 의원안의 경우, '현저히 게을리한 자'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민법에 해당하는 상속 결격 사유는 모두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객관적 행위와 고의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현저히'와 '게을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 같은 민법 개정안이 개정 문턱을 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유사한 취지로 6개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 개정 필요성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 개정이 이뤄지진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당시에도 '부양의무의 현저한 해태'라는 개념이 불명확하다는 지적과 함께, 상속결격사유를 신설할 경우 상속 관계에 대한 법적 불안전성을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법무부는 '부양 의무'를 기준으로 상속 결격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까지 부양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