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컴퓨팅 자립' 핵심 슈퍼컴퓨터 시설, 美블랙리스트에

홍콩매체 "챗GPT 열풍에 컴퓨팅파워 수요 급증하는 때 제재"
중국 상하이의 핵심 슈퍼컴퓨팅 시설이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추가되면서 차세대 컴퓨팅 기술이 미중 패권 경쟁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진단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안보상 우려·인권 침해 관련성을 이유로 중국 기업 31곳을 무더기로 수출 규제 대상인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이 중에는 중국군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산 물품을 획득하거나 획득하려고 시도한 기업 '상하이 슈퍼컴퓨팅 테크놀로지'도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이 회사에 대해 "극초음속 무기 연구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슈퍼컴퓨팅 역량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에 있는 슈퍼컴퓨터들의 운영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상하이시 산하 상하이 슈퍼컴퓨터 센터(SSC)와 중국 슈퍼컴퓨터 제조사 여명정보산업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다.

막대한 규모의 연산을 몇 초 만에 해치우는 슈퍼컴퓨터는 미사일 방어나 핵무기 같은 군사 시스템 개발에 유용하다.

중국 선두기술 연구소의 장샤오룽은 SCMP에 "슈퍼컴퓨팅 센터는 미중 기술 전쟁의 최전선에 위치해왔다"며 "중국 슈퍼컴퓨터의 대다수는 미국의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본토 애널리스트는 SCMP에 상하이 슈퍼컴퓨팅 센터가 중국의 컴퓨팅 파워 전략에서 핵심에 위치하며 국가 방위, 과학, 기술 혁신, 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미국의 제재가 상하이와 인근 지역 컴퓨팅 파워 공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입은 것과 같은 광범위하고 상당한 피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미 컴퓨팅 센터 산업에서 독자적인 혁신 역량과 시장 경쟁력을 구축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아울러 상하이 슈퍼컴퓨팅 테크놀로지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MD, 인텔 등 미국의 선도 기술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SCMP는 "미국이 중국의 슈퍼컴퓨팅 기관·기업에 수출 규제를 가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제재는 챗GPT가 불러일으킨 인공지능(AI)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컴퓨팅 파워 수요를 급증시키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하이 슈퍼컴퓨터 센터는 중국의 컴퓨팅 자립 노력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디지털 차이나' 건설을 촉구하는 미래 디지털 성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5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화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 촉진하는 데 중요한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센터, 슈퍼컴퓨팅 기술의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