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의 딸'로 韓 찾은 장한나...'투쟁하는 베토벤' 보여줬다[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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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부천아트센터에서 지휘자 장한나와 빈 심포니가 베토벤 교향곡 3번을 연주했다. 사진=부천아트센터
"이곳 부천 아트센터에서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만드는 음악이 날마다 함께 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실은 저도 '부천의 딸'이에요. 제 어머니가 부천에서 태어나셨고, 외할머니는 지금도 여기에서 사시거든요."지난 13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40분간의 공연이 끝낸 마에스트라 장한나(41)의 입에서 '부천의 딸'이란 말이 나오자 장내엔 환호성이 쏟아졌다.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는 이날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 '에로이카'(영웅)를 들려줬다. 1부에서는 브루스 리우(26)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손을 맞췄다.
이날 연주자들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난 11~12일 광주 예술의전당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이미 두 차례 무대에 선 탓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연주 초반에는 종종 파트 간 호흡이 어긋날 때가 있엇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도와 앙상블이 살아났다.
포디움에 선 장한나의 존재감은 컸다. 3번 교향곡은 청력 상실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좌절을 이겨내고 작곡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 작품이다. 장한나는 양팔과 몸을 충분히 사용하며 '삶과 투쟁하는 베토벤'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의 지휘 또한 '악보와 투쟁하듯' 치밀하고 선명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그냥 흘려보내는 부분없이 음 하나하나 의미와 분석을 담은 것이 느껴졌다.특히 그는 첼리스트 출신답게 현악 파트의 음악을 잘 빚어냈다. 단원들은 베토벤의 주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요 악단답게 장한나의 세심한 사인에 반응하며 악상을 표현했다. 이들의 조합은 다이내믹과 리듬감이 강조되는 4악장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다만 금관파트가 정돈된 소리가 아니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금관과 현악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금관의 소리는 상대적으로 날카롭거나 빈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관현악이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 종종 파트별로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 들리기도 했다. 지난 13일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는 빈 심포니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부천아트센터1부에서 브루스 리우는 3분 가량의 오케스트라 서주가 끝나고 장엄한 스케일과 옥타브 음형으로 도입부를 시작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의 솔로 도입 부분을 박력있고, 도전적으로 연주하는 것과 달리 리우의 시작은 깔끔하고 차분했다. 1악장은 템포가 약간 느린 편이었고, 피아노 솔로가 먼저 나오는 2악장에서는 사색적인 내적으로 충만한 젊은 베토벤의 느낌을 자아냈다.
브루스 리우는 앙코르 무대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다운 연주력을 뽐냈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에서는 고난이도의 옥타브 연타를 깨끗하게 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루바토(템포를 자유롭게 연주)로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국 청중을 위해 준비한듯한 '아리랑'까지 연달아 연주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은 올해 5월 새롭게 문을 연 부천아트센터의 탁월한 음향이었다. 악기 저마다의 사운드가 균형감 넘치게 다가오는 공연장의 어쿠스틱에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파트 별로 소리가 잘 들렸고, 적당한 울림이 더해져 선명한 전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음 하나하나가 번지지 않아 어느 한 부분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클래식 특화 공연장에 맞게 설계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은 건축음향설계사 나카지마 타테오와 음향 시설에 관여했다. 나카지마와 함께 음향설계 전반을 담당한 홍석규 건축가는 "음악의 장르와 곡에 따라 공연장 천장에 달려 있는 음향 캐노피(덮개), 서브 음향 반사판 등을 조합해 각 공연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 구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며 "공연 성격에 따라 구조 변경이 가능하도록 10개 정도의 음향 반사판 기본 세팅을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피아노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중앙 반사판을 조금 아래로 내리는 등 다양한 장치로 소리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브루스 리우는 특히 트릴을 매우 정교하게 구사했는데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무대끝 관중석까지 전달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이곳 부천 아트센터에서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만드는 음악이 날마다 함께 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실은 저도 '부천의 딸'이에요. 제 어머니가 부천에서 태어나셨고, 외할머니는 지금도 여기에서 사시거든요."지난 13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40분간의 공연이 끝낸 마에스트라 장한나(41)의 입에서 '부천의 딸'이란 말이 나오자 장내엔 환호성이 쏟아졌다.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는 이날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 '에로이카'(영웅)를 들려줬다. 1부에서는 브루스 리우(26)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손을 맞췄다.
이날 연주자들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지난 11~12일 광주 예술의전당과 대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이미 두 차례 무대에 선 탓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연주 초반에는 종종 파트 간 호흡이 어긋날 때가 있엇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도와 앙상블이 살아났다.
포디움에 선 장한나의 존재감은 컸다. 3번 교향곡은 청력 상실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좌절을 이겨내고 작곡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 작품이다. 장한나는 양팔과 몸을 충분히 사용하며 '삶과 투쟁하는 베토벤'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의 지휘 또한 '악보와 투쟁하듯' 치밀하고 선명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그냥 흘려보내는 부분없이 음 하나하나 의미와 분석을 담은 것이 느껴졌다.특히 그는 첼리스트 출신답게 현악 파트의 음악을 잘 빚어냈다. 단원들은 베토벤의 주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요 악단답게 장한나의 세심한 사인에 반응하며 악상을 표현했다. 이들의 조합은 다이내믹과 리듬감이 강조되는 4악장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다만 금관파트가 정돈된 소리가 아니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금관과 현악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금관의 소리는 상대적으로 날카롭거나 빈약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고, 관현악이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 종종 파트별로 타이밍이 맞지 않는 듯 들리기도 했다. 지난 13일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는 빈 심포니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부천아트센터1부에서 브루스 리우는 3분 가량의 오케스트라 서주가 끝나고 장엄한 스케일과 옥타브 음형으로 도입부를 시작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 곡의 솔로 도입 부분을 박력있고, 도전적으로 연주하는 것과 달리 리우의 시작은 깔끔하고 차분했다. 1악장은 템포가 약간 느린 편이었고, 피아노 솔로가 먼저 나오는 2악장에서는 사색적인 내적으로 충만한 젊은 베토벤의 느낌을 자아냈다.
브루스 리우는 앙코르 무대에서 '쇼팽 콩쿠르 우승자' 다운 연주력을 뽐냈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에서는 고난이도의 옥타브 연타를 깨끗하게 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루바토(템포를 자유롭게 연주)로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국 청중을 위해 준비한듯한 '아리랑'까지 연달아 연주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은 올해 5월 새롭게 문을 연 부천아트센터의 탁월한 음향이었다. 악기 저마다의 사운드가 균형감 넘치게 다가오는 공연장의 어쿠스틱에 관객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파트 별로 소리가 잘 들렸고, 적당한 울림이 더해져 선명한 전달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음 하나하나가 번지지 않아 어느 한 부분도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클래식 특화 공연장에 맞게 설계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은 건축음향설계사 나카지마 타테오와 음향 시설에 관여했다. 나카지마와 함께 음향설계 전반을 담당한 홍석규 건축가는 "음악의 장르와 곡에 따라 공연장 천장에 달려 있는 음향 캐노피(덮개), 서브 음향 반사판 등을 조합해 각 공연에 맞는 최적의 사운드 구현이 가능하도록 디자인했다"며 "공연 성격에 따라 구조 변경이 가능하도록 10개 정도의 음향 반사판 기본 세팅을 만들어 놨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피아노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중앙 반사판을 조금 아래로 내리는 등 다양한 장치로 소리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브루스 리우는 특히 트릴을 매우 정교하게 구사했는데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무대끝 관중석까지 전달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