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탄소중립과 한국 전략' 세션 참관기 [여기는 논설실]

동아시아재단 주관 세션, 탄소중립 미래 모색
韓·美·中 정책에 대한 평가와 분석 달라 주목
국제포럼으로 자리 잡아온 제주포럼이 올해 18번째 행사를 마쳤다. 제주특별자치도, 외교부, 동아시아재단 등의 공동 개최로 5월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의 여러 세션 가운데 하나로 사흘째인 지난 2일의 동아시아재단 주관 행사 참관기를 소개한다. '탄소중립과 한국의 전략'이란 주제로 메가트렌드처럼 된 이 아젠다의 국제규범 준수 문제와 기업 대응에 대한 방법론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세션 좌장은 류상영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 가운데 사만다 그로스 브루킹스연구소 에너지 안보 및 기후이니셔티브 책임자는 미국 현지에서 줌 연결로 참석했고, 루 페이리 중국 타이허 연구소 연구원,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소장과 필자는 현장에서 토론을 했다.

◆좌장 류상영 교수(사진 맨 왼쪽) "우크라이나戰 같은 전쟁의 악영향까지 볼 때"


이 세션에서는 탄소 배출량 비중이 높은 미국 중국 한국이 과연 '탄소중립' 문제에서 최근 국제적 노력을 했고, 정책과 규제는 어떤 식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현황부터 살펴봤다. 이어 각국이 이런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적 부담과 내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토론을 진행한 류 교수는 흥미로운 아젠다를 추가했다. 류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탄소중립과 기후가스 감축 과제에서 전쟁이 미치는 치명적인 악영향도 봐야 한다고 했다. 전쟁은 그 자체로 막아야 할 대상이지만,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모두 진지하게 걱정하고 조기 종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의미 있는 결론이 바로 날 수 있는 화두는 아니었지만 국제사회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풀어가야 할 또 하나의 현안이라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미국, 정치적 양극화가 큰 장애물"(브루킹스 연구원)

먼저 토론에 나선 사만다 그로스 책임자는 탄소배출량이 두 번째로 높은 국가로서 미국은 모범적인 탄소중립 정책을 설계하고 이행해야 하는 노력이 시급한데도 정치적 양극화가 큰 장애물로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스마트 운송 기술, 전기차, 무공해 전기(clean electricity)와 같이 다양한 부문에서 보조금 지급 정책을 주도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국 기업에 부담감을 안길 수 있다는 미 공화당의 우려와 관련해서도 RE100에 가입한 미국 기업 수가 많다는 점, 또 해당 기업 규모가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산업분야의 스펙트럼 또한 굉장히 넓다는 점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평가·전망을 내놓았다.

◆"중국, 에너지 절감 위한 기술개발 매진"(타이허硏 연구원)

루 페일리 타이허 연구소 연구원은 탄소중립은 인류의 기술적 혁명이라고 규정하고, 최근 '스마트화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탄소중립과 직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발언했다. 루 연구원은 탄소배출 줄이기의 첫걸음은 전기 절약이라며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도 전기 소모량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탄소중립 기술이 적용되는 중요한 예시로 들었다. 중국은 특히 에너지 절감을 위해 관련 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측면에서는 수월한 공장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강조하고. 탄소중립에 기반 한 에너지 기술 발전이 이를 촉진시킨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부문에서의 기술 발전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충하는 데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소개했다.


◆"한국, 유관기관 협력 부족으로 정책 분절화, 기업 부담 커"(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장)


김태년 소장은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현황을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김 소장은 한국과 EU의 탄소중립 정책을 비교하면서 표면상으로 유사한 점이 많지만 제도적인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EU의 경우 실제 정책을 계획하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반면 한국에서는 기관 간 협력 부재로 중복적 정책 계획을 내놓는 등 분절화가 심하다고 언급했다. 김태년 소장은 에너지 전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생태계 조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친환경 자동차의 경우 부품 공급망이 굉장히 비탄력적으로 형성돼 있는 점을 우려했다. 최근 들어 심화되는 자원의 무기화가 국제적으로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했다. 한국 국내 차원에서 보면 정부-소비자-기업 간 이해관계 상충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매년 일정 부분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전기차 보급에서 정부와 기업의 이해관계 충돌도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한국의 탄소중립 정책 목표가 현실성이 부족한 점을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직전 문재인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량을 2018년 대비 40%로 설정하여 국제무대에서 이상적인 수치를 발표해 박수를 받았지만 국내 산업계에 부담을 너무 과도하게 지웠다. 그러면서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으니 앞뒤가 맞지도 않았다는 점과 철강 시멘트 화학 등 산업계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탄소중립 예산' 규모를 적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