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출신 리틀야구단 감독이 학생들 폭행"…경찰 수사

학부모 12명이 감독 고소…감독 "훈계 목적, 내용 과장"
리틀야구단 감독이 다른 구단 유소년 선수들을 상습 폭행하고 욕설을 일삼았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4일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의 A 리틀야구단 학부모 12명은 B 리틀야구단 감독 C씨를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학부모들은 고소장을 통해 C씨가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인천 중구의 한 운동장과 실내 연습장에서 A 야구단 소속 선수 여러 명을 상습 폭행하고 위협적인 말과 욕설을 여러차례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B 야구단 감독인 C씨는 지난해 5월께부터 A 야구단과 같은 운동장을 사용하며 함께 훈련하는 과정에서 A구단 선수들을 폭행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고소장에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생으로 구성된 A 야구단 소속 선수들이 야구를 잘 못하거나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다는 등 여러 이유로 C씨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C씨가 야구방망이로 선수들의 머리와 허벅지를 때리거나 야구공을 몸에 던지는 등 야구용품으로 폭행하는 일도 빈번하게 이뤄졌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선수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거나 'X발', '개XX', 'X같네' 등 욕설을 퍼붓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일부 선수는 부모가 보는 앞에서 이런 행위를 당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C씨가 A 야구단 감독이 없거나 한눈을 팔 때마다 이런 행동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앞으로 야구하는데 어려움이 생길까 봐 문제 제기를 못 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고소장과 함께 선수들이 직접 쓴 진술서도 경찰에 제출했다.

A 야구단의 한 초등학생 선수는 진술서를 통해 "C 감독님이 저와 다른 선수들에게 심한 욕설을 했고 뒤통수를 세게 때리기도 했다"며 "펑고(수비 연습용 타구)를 받을 때 집중하지 않으면 배트로 공을 쳐 위협하거나 이 타구에 맞는 경우도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선수는 "연습할 때 감독님이 야구공으로 머리를 세게 때려 너무 아파 눈물이 났다"면서 "실내 연습장에선 빨리 가지 않는다고 손바닥으로 머리를 맞아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창피해서 울진 않았다"고 적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C씨에게 지도받기 위해 갈 때면 너무 불안했다"면서 "(공을) 잘 못 받거나 슬라이딩을 안 했다는 등의 이유로 어린 선수들의 몸에 공을 던지는 모습도 여러 번 봤는데 그때 이런 상황을 알리지 않았던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고소장을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피해 학생들의 진술을 청취하고 순차적으로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로 야구선수 출신인 C씨는 1990년대에 선수 활동을 하다가 은퇴한 이후 구단과 초중고등학교 야구부 등에서 지도자로 활동했다. C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잘하라는 뜻으로 툭툭 치거나 조금 세게 말을 한 정도였는데 내용이 과장된 것 같다"면서 "직접 학부모들을 찾아 '훈계 목적이었는데 이렇게 돼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