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팔도 '빵지순례자' 다 모였다…제주도에 무슨 일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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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지순례' 인기에 SNS·유튜브·방송서 대거 등장"제주도를 여러번 가봤지만 빵집 투어는 안해봤는데, 이번에 촬영을 하면서 '나도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빵 활용 추세
유명 카페서 트랜스·포화지방 기준치 초과하기도
웨이브(Wavve)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공개 후 주인공 박하경을 연기한 이나영이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하경 여행기'는 전국 각지를 혼자 여행하는 박하경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인데, 7화 '빵의 섬'에서는 제주도로 '빵지순례'(빵+성지순례)에 나서는 모습이 그려진다. 극중 박하경은 "꼭 가 보고 싶은 빵집은 고르고 골라 12곳. 오늘 하루 안에 12곳을 모두 깨면 완벽하다"면서 여행을 시작한다. 박하경은 "빵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없으면 못 산다"며 "대한민국의 빵은 이 섬에서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빵지순례 지도'를 펼쳤다.해당 장면은 이나영 뿐 아니라 전국의 '빵지순례자'들에게도 화제가 됐다. 제주 시내 베이커리인 '삼복당'과 서귀포 '남양당'에 이어 최근 20~30대가 줄 서서 먹는다는 '아베베 베이커리'까지 실제로 존재하는 유명 빵집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빵 먹으러 제주 가야겠다", "이번 제주 여행의 테마는 '빵투어'다"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제주 빵지순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키워드 분석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네이버 포털에서의 제주 빵지순례 검색량은 직전 달 대비 51.9% 상승하기도 했다.
'빵픈런'·'빵튜버' 신조어까지…'빵지순례' 인기 어느 정도길래
빵지순례는 2016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의 발달로 국내 각 지역의 유명 빵집들이 명성을 얻으며 생겨난 신조어다. 이후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에서 '빵픈런(빵+오픈런)', '빵튜버(빵먹는 유튜버)', '빵지순례 성지' 등 단어들이 생겨나며 유명한 빵집 리스트를 공유하고 방문한 후기를 올린 일반인들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박하경 여행기'처럼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빵지순례 자체를 하나의 콘셉트로 녹인 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다. 방송인 박명수와 박미선은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빵지순례 투어' 콘텐츠로 모두 100만뷰 이상을 돌파했다. SNS 속 존재하는 수백여 개 유명 빵집을 탐방하는 SBS FiL·라이프타임 '빵카로드'는 시즌 1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3월부터 '빵카로드 시즌2'를 방송 중이다.사과나 포도처럼 지역 특산품으로 '빵'을 떠올리는 지역까지 등장할 정도다. "빵을 사기 위해 대전역에서 일부러 환승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해진 대전 '성심당'이 대표적이다. '성심당'은 지난달 기준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베이커리 브랜드 평판'에서 대규모 프랜차이즈 매장인 '뚜레쥬르'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다.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에서 '지역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빵을 활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지난달 경기 동탄에서는 '제1회 빵 페스티벌'을 열고 크루아상, 소금빵, 휘낭시에 등 인기 빵류를 한자리에 모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충남 천안에서 진행된 '베리베리 빵빵데이 천안'은 전국에서 1800여개 빵집, 5400여명 '빵지순례단'이 모이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빵지순례' 하러 유명 맛집 가고 싶은데…무작정 떠났다간 '큰일'
하지만 전문가들은 SNS와 유튜브, 방송 프로그램 등에 잇따라 노출되는 빵지순례 행위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얼마 전 국내 유명 카페에서 판매하는 일부 빵의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평균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온 만큼 인기 빵집 유명 메뉴를 맛보기 위해 다량의 제품을 폭식을 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지난 2월 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지역의 유명 카페 20곳에서 판매 중인 도넛·케이크·크루아상 등 20개 빵류 제품을 1회 섭취 참고량(70g)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트랜스지방은 평균 0.3g, 포화지방은 평균 9g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 소비자원이 프랜차이즈 제과점 빵에 대해 조사한 결과(트랜스지방 0.1g, 포화지방 3g)보다 약 3배 많은 수치다.특히 카페의 조각 케이크 1개(268g)의 트랜스지방 함량은 1.9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일 트랜스지방 섭취 권고량(2.2g)의 86.4%에 해당했다. 포화지방 함량은 50g으로 식약처의 포화지방 1일 섭취 기준(15g)을 3배 이상 초과했다.소비자원은 '빵지순례' 등을 통해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심혈관 질환과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영양성분 의무표시 대상이 아닌 카페 빵류는 상대적으로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이에 대한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유명 카페와 빵집 등 외식 사업자가 식품의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 소비자원은) 카페에서 빵류를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제빵 시 사용하는 원재료의 트랜스지방·포화지방 함량을 확인하고 특히 경화유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