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테이트모던을 아시나요, 문화비축기지 [MZ 공간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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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서울 마포구 매봉산 인근에도 유사한 건물이 들어섰다. 문화비축기지는 폐산업 시설인 마포석유비축기지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시설이다. 세월이 녹아든 석유 비축 탱크 외관만이 이곳의 과거를 짐작하게 할 뿐 녹음이 우거진 평화로운 부지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다. 무엇이 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비밀의 공간, 5개의 탱크
다시 10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철저히 통제된 채 기지는 유휴지로 방치됐다. 이후 진행된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2013년 문화비축기지라는 새 이름을 얻었고 산업화 시대의 유산에서 문화 공원으로 탈바꿈해 시민 품에 안기게 됐다.◆석유가 아닌 문화를 채우다
기름을 담고 있던 탱크들은 석유가 아닌 문화를 창출하는 문화 탱크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T1 파빌리온은 전시·워크숍·공연 등을 진행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휘발유 보관용 탱크를 해체한 뒤 투명한 유리 벽체와 지붕을 얹어 완성했다. 유리 벽과 맞닿은 매봉산 암반의 자태와 지붕을 통해 쏟아지는 푸른 하늘을 파노라마로 오롯이 조망할 수 있어 기지의 대표 포토 스폿으로 꼽힌다. 경유를 보관하던 탱크는 야외 무대와 공연장이 됐다. T2 공연장의 경사로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탱크의 상부에 닿게 된다. 탱크를 해체하며 외형을 따로 구축하지 않아 콘크리트 옹벽이 자연스러운 소리의 울림을 이루고 하늘·바람·산 등 자연이 공연의 일부가 된다.
무엇 하나 허투루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이 공간의 매력이다. T6 커뮤니티센터는 T1과 T2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활용해 만든 건축물이다. 마치 패치워크를 연상하게 하는, 각기 다른 색의 철판을 오밀조밀 이어 붙인 외관이 매력적이다. ‘인스타 핫플’로 유명한 카페(cafe) TANK6를 비롯해 강의실·회의실·창의랩 등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공간과 하늘을 둥그렇게 올려다볼 수 있는 옥상마루, 시민들이 휴식을 위한 생태도서관이 들어섰다.
문화 ‘비축’ 기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2023년에도 다양한 문화 활동이 진행된다.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시민 투어’, 나무숲 놀이공예·우드카빙·자연미술 등 ‘생태·생활문화 프로그램’,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으로 보는 건축 투어’ 등 다채로운 문화가 차곡차곡 채워질 예정이다.
박소윤 한경비즈니스 기자 so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