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50만명 이상 서울 모인다…CES의 5배, 경제효과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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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페스타일본 오사카에서 온 아쓰코 씨(50)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BTS 팬클럽인 ‘아미’를 상징하는 가방, 티셔츠, 마스크는 서울 동대문과 홍대 등지에서 샀다. 14일 명동에서 만난 그는 아미를 통해 친해진 친구 세 명과 함께 지난 10일 서울에 도착했다. 평창, 강릉 등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한 ‘BTS 성지’엔 하나투어 상품을 구매해 다녀왔다. 10~17일 일정으로 수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는 그는 “돈이 아깝지 않은 여행”이라고 말했다.
더현대, 관광객 매출 210% 올라
서울 호텔 투숙객 90%가 외국인
세계 1020세대 청년 방한 늘어
‘아미 효과’에 서울이 들썩이고 있다. BTS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12~25일 세빛섬, 남산, 시청, 동대문, 여의도, 경복궁 등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열리는 행사에 최소 50만 명 이상(국내외 관광객 포함)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의 참석자(지난해 기준)가 11만여 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강한 집객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호텔 검색, 두 배 늘어
‘BTS 페스타’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유통 및 호텔업계는 때아닌 성수기를 맞고 있다. 명동 L7호텔은 이번주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보인다. 투숙객 중 외국인 비중이 90%가 넘는다. 명동과 서울역의 포포인츠바이쉐라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예약률은 90%를 넘어가고 외국인 비중도 80%에 육박한다. BTS의 무대 의상이 전시된 여의도 켄싱턴호텔은 아미들의 성지가 됐다. 켄싱턴호텔 관계자는 “1층 로비 방문객이 평소의 네 배 이상”이라고 말했다.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건 유통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2~13일 자체 BTS 데뷔 10주년 행사를 연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주 같은 요일(6월 5~6일)과 비교해 210.3% 올랐다.
외국인 방문객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스컴바인에 따르면 12~25일 투숙을 목적으로 서울의 호텔을 검색한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6% 늘었다. 트립닷컴 역시 BTS 페스타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외국인이 전달 같은 기간 대비 13% 증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내수 활성화에 반짝 효과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BTS 낙수효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수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BTS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가 열렸을 당시 공연 개최 전후 열흘간 부산을 찾은 관광객은 50만3000명에 달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BTS가 국내 콘서트를 열 때 회당 경제적 파급효과가 최대 1조2207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1년에 10번 이 같은 공연이 열린다면 경제 효과가 12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SK텔레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의 연 매출에 맞먹는 규모다.
올해는 데뷔 10주년이라는 상징성, 상대적으로 긴 페스타 기간,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인한 입국 규정 완화 등을 고려했을 때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월 네 차례에 걸쳐 BTS 콘서트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당시 20만 명의 콘서트 입장객을 제외하고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설치된 팝업스토어와 사진전 방문 인원만 11만4000명에 달했다. 올해 전면 대면 행사로 재개된 CES 참석자(11만5000명)에 맞먹는 수치다.
○1020 외국인 관광객 최대
전문가들은 전 세계 아미가 퍼트릴 ‘바이럴 마케팅’(입소문)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BTS 덕분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세대와 국적이 다변화하고 있는 건 ‘3000만 해외 관광객 유치’(2027년 목표)를 위해 긍정적인 변화다.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 1~4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 중 1020세대 비율은 37.7%로 최근 7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BTS 등 K팝 팬들이 한국을 찾으며 평균 연령이 크게 내려갔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10대와 20대로부터 멋진 관광지라는 인식을 얻으면 그다음엔 중장년층 관광객의 대량 유입이 발생하곤 한다”고 말했다.
송영찬/이미경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