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맞다

집값 안정 효과 없고 시장만 왜곡
실거주 의무 폐지와 함께 논의를

윤참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더해 분양가격을 산정한 뒤, 이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1977년부터 설정과 폐지를 반복하다 2019년 수도권 지역에 광범위하게 적용됐다가 최근 규제 완화로 대거 해제됐다. 그러나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용산에는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한편 실거주 의무 요건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발생하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2021년부터 추가 도입됐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특정 재화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설정하는 일종의 가격 규제이며, 실거주 의무 요건은 이런 가격 상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일정 부분 완화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로 볼 수 있다. 최근 전반적인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서 실거주 의무 요건 폐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거주 의무 폐지는 투기적 수요 유발로 미분양 사태를 막고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는 임시방편으로, 추후 경제 상황이 개선돼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이 부각되면 다시 재도입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지 않고 임시방편적 정책들만 고려한다면 정책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요자의 셈법만 복잡해지고, 신뢰를 잃은 정책은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 일종의 ‘정부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실거주 의무 요건 폐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분양가 상한제 자체를 따져보면 이 정책이 경제학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찾기 힘들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신규 주택의 분양가 제한이 기존 주택의 가격에까지 영향을 주는 외부 효과가 있어야 하나, 인용 횟수가 높은 국내 연구에 따르면 그런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다. 반면 해외 주요 연구에 따르면 건설투자와 같이 비가역적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에 가격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기업의 장기 평균 수익률이 악화해 공급 위축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반시장적 규제로 여타 부작용까지 야기할 수 있다. 상한제가 적용되면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인해 당첨자에게 큰 시세차익이 돌아간다. 일명 ‘로또 아파트’라고 불리는 청약은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동탄2신도시 분양은 809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와 같이 당첨 확률이 낮아지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공급된 주택이 실수요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배분상(allocative) 비효율성이 발생한다. 높은 경쟁률 때문에 전매권이 불법으로 거래되는 암시장이 형성될 수 있고, 건설업자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주택 품질 저하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주택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상한제 및 실거주 의무 같은 인위적 제한보다는 가격에 담겨 있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정보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주택 공급 정책 및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같은 주택금융정책 등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적용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출 때 주택 가격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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