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호주의 어긋나는 국내 중국인 투표권, 제한하는 게 맞다

정부·여당이 한·중 양국 간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제도 정비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제 국무회의에서 “상호주의에 맞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해달라”고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비상식적 ‘내정간섭 발언’이 없었더라도 진즉에 바로잡아야 했는데, 한참 뒤늦었다.

상호주의에 어긋난 단적인 사례가 중국 거주 한국인에게는 없고, 국내 거주 중국인에겐 있는 투표권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는 18세 이상 국민에게만 투표권을 준다. 이와 달리 2005년 법 개정으로 지방선거 투표권은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난 18세 이상 외국인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주민에게도 주어진다. 의무 거주 요건도 없다.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의 대다수는 중국 국적 영주권자다. 직전 지방선거를 앞둔 2022년 3월 기준 정부 집계를 보면, 투표권을 가진 외국인 12만6668명 중 9만9969명(79%)이 중국 국적이었다. 김은혜 당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가 “우리 국민은 단 한 명도 중국에서 투표하지 못하는데, 1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우리나라 투표권을 갖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국회엔 이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우리 국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국가의 국민 중 대한민국에 최소 5년 이상 지속해서 거주한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주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초·광역의원도 뽑는 지방선거는 선거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데, 특정 지역에 집중된 외국인 거주 양상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표권이 민의를 왜곡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게 법안을 발의한 권성동 의원 주장이다. 타당한 논리다. 투표권은 주권재민을 헌법에 명시한 대한민국에서 주권이 발현되는 최고의 권리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민의 왜곡까지 우려되는 만큼 여야는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서 벗어나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상호 존중의 한·중 관계 정립을 위해서도 반드시 조기에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