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화내빈' 고용시장…경제정책 결국 일자리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으로 35만 명대 증가했다.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63.5%로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도 2.7%로 1999년 6월 이후 5월 기준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와중에 고용지표에 온기가 도는 이례적 현상이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외화내빈이란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고용의 질이 갈수록 악화해서다. 전 연령층 중 60세 이상 취업자가 37만9000명으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 단적인 예다. 60대 미만 나이대는 오히려 2만8000명 줄었다. 이 중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9만9000명 줄어 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층 가운데 일할 능력이 있지만 막연히 쉬고 싶어서 일하지 않는 인구도 두드러지게 증가(4만 명)했다. 취업 시장에서 탈락한 청년층이 구직 활동을 중단하며, 실업이 아니라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는 외부 활동이 늘면서 숙박·음식업에선 취업자가 12만8000명 증가했지만,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에선 3만9000명 줄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노동시장 수요 면에선 가성비 높은 젊은 노동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공급 측면에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어느 정부든 경제정책의 성과는 결국 일자리에 달렸다. 일자리야말로 가장 중요한 복지인 동시에 경제 활성화와 민생 대책이기 때문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도 그런 맥락에서 출범 때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하지만 대증요법과 헛발정책을 남발해 양질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단기 근로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만 낳았다.

호봉제 위주의 급여 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바꾸고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일자리와 마찬가지로 고용의 질 역시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산업과 고용정책이 같이 가야 하는 이유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규제 개혁, 세제 우대 등 지원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